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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제복에 캡틴 모자를 쓰고 굵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사내가 있다. 야생미 넘치는 짙은 팔자수염이 유난히 멋스럽다. 바다의 사나이 ‘마도로스’다. 외항선 선원을 일컫는 말로 주로 사용되는데, 원래는 네덜란드어 ‘마트로스(Matroos)’에서 나온 일본식 표기가 우리나라에서도 굳어졌다.마도로스는 1960∼70년대 최고 인기 직업이었다. 한국전쟁 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젊은이들의 꿈에다 일반 셀러리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수입 매력이 더해지면서 마도로스는 동경의 직업으로 급부상했다. 지금으로
명경대
최동열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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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교전이 치열했던 양구군에서 지뢰 섞인 자갈밭을 개간, 경작해온 강원도 사람들의 한을 푸는 소식이 신년 초 강원도민일보에 실렸다. 양구군 해안면 국유지 개간비 산정 연구 최종보고가 1월 4일 양구군청에서 열렸다는 뉴스이다. 전쟁 상흔이 가득한 국유지 농지 개간비는 3.3㎡에 평균 4만1704원으로 산정됐다. 개간 난이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고 일괄적으로 지뢰탐지제거비 1만9800원을 합친 금액이다. 사전에 전문가 의견을 수용키로 합의한 데 따라 앞으로 해당 농지의 감정평가가 나오면
명경대
박미현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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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대장간에서 만든 호미가 미국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아마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스였다. 국내 가격보다 4~5배 비싼 1만6000원에서 2만 8000원 정도의 가격에도 2000개 이상 팔리며 원예부문 톱 10을 차지했다. 작은 손 삽만 쓰던 외국인들에게 호미는 혁명적인 도구라는 평을 받았다. “30도 휘어진 날은 미국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거나 “호미를 쓰기 전에 정원을 어떻게 가꿨는지 의문”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하는 구매 후기가 줄을 이었다. 농업이 기계화하고 김을 매는 작업
명경대
이수영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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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대통령 기자실에서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토끼가 왜 무서운지 아세요?” 모두 동료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깡과 총이 있어서 무서워요.” 일순간.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이 있다. 한비자(韓非子)의 오두편(五頭篇)에 나온다.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이다.중국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밭에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숲에서 토끼가 뛰어나오다 부딪쳐 목이 부러졌다. 횡재한 농부는 그 뒤 매일같이 그루터기 옆에 앉아 토끼를 기다렸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오
명경대
남궁창성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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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훈련’ 일반인에게는 낯설겠지만, 군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혹한기 훈련은 가장 추운 1월 중 주로 전방부대에서 실시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는 전방부대는 산악지대가 많아 그 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눈도 많이 내린다. 한겨울 꽁꽁 얼어버린 눈밭에서 훈련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혹한기 훈련은 일단 추위를 뚫고 작전지역까지 먼 거리를 행군해야 한다. 때로는 눈보라를 맞으면서 험준한 산악지대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한다. 작전지역에 도착하면 산악지대에 참호를 파고, 가상 적을 상
명경대
천남수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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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다. 하필이면 그 혹한기에 난리가 났다. 추위에 단련된 북방의 오랑캐는 강물이 얼어붙는 때를 택했다. 1636년 12월, 청군(淸軍)은 압록강을 건너 한양을 향해 무인지경으로 내달렸다. 병자호란의 시작이었다. 인조 임금은 눈보라 휘몰아치는 산길을 기어올라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부터 전쟁은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짚으로 엮은 가마니가 방한복이 되고, 군마(軍馬)를 잡아먹는 형편이 됐다. 사면초가. 동사자가 속출하고, 임금도 동상에 걸렸다. 고립무원 산성
명경대
최동열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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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서 달라진 여러 가지 중 직장인에게 반가운 소식은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된 것이다. 새해 대체공휴일은 설날 1월 24일 하루에서 부처님오신날 5월 29일 월요일을 포함하며 이틀로 늘었다. 신입생 입학과는 무관한 용도로 쓰는 일이 잦았던 대학의 ‘입학금’이 2023년부터 사라졌다. 나이에 붙인 ‘만’이라는 표현도 법적으로 사라진다. 법적 나이는 출생일을 기준으로 하긴 했으나, 관습적으로 한국식 나이가 통용되고 있어서 이와 구별해 ‘만’이라고 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밖에 달라지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식품
명경대
박미현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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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나가 산란기에만 돌아오는 송어가 고단한 유랑생활을 접고 토착어종이 됐다. 산천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이 민물고기는 60㎝까지 자라는 송어와 달리 20~30㎝에 불과하다. 등 쪽은 짙은 푸른색에 까만 반점이 있고, 몸 옆에는 일생 사라지지 않는 타원형의 갈색 무늬가 특징이다. 현재까지 송어와 산천어가 같은 종으로 여겨져 이 둘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생활사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산천어보다 작지만 겨울 강을 유영하는 은빛 민물고기가 있다. 여름철에는 호수나 늪의 깊은 곳에 서식하다 11월
명경대
이수영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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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11시58분. 횡성서 전투기가 추락했다는 뉴스가 타전됐다. 점심 식사를 하던 국민들은 “또?”하고 혀를 찼다. 오후 1시10분에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항공기 이륙이 중단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후 4시30분에는 북한의 무인항공기(UAV)가 영공을 침범했다는 속보가 뒤를 이었다. 꼬리를 물던 의문이 풀렸다. 북한의 도발로 항공기 이륙이 중단되고 출격에 나섰던 공군기가 추락한 것이었다.지난달 2일 오전. 울릉도 전역에 날카로운 공습 사이렌이 하늘을 갈랐다.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놀란 가슴을 누르고 대피소로
명경대
남궁창성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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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소동’이라고 하기에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6일 북한 군용 무인기 5대가 서울·경기·인천 북부지역 영공을 침범했다. 우리 군은 전투기와 헬기를 출격시키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인근 공항의 항공기 이륙이 한 시간 동안 중단되는가 하면, 작전을 위해 횡성 공군비행장에서 출격했던 KA-1 경공격기가 추락하기도 했다.무인기는 말 그대로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조정이나 자동으로 운용할 수 있는 항공기를 말한다. 군사용 무인기의 경우 적의 대공망을
명경대
천남수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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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연하장 한통을 우편으로 받았다. 눈사람 문양의 연하 우표가 붙은 봉투를 뜯자 새해 계묘년(癸卯年)의 상징 동물인 토끼가 복주머니에 앉아 있는 예쁜 그림이 그려진 카드가 나왔다. 그림과 글씨는 모두 인쇄했고, 연말연시에 늘 주고받는 관용적인 인사말이었지만, 연하장을 뜯고 펼치는 느낌이 묘했다. “요즘도 이런 걸 보내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생경한 느낌 한편으로 묘한 설렘이 자리했다.연하장을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나라는 일본이다. ‘새해를 삼가 축하한다’는 뜻의 ‘근하신년(謹賀新年)’도 일본에서 유래한 한자어이다. 그들은 오며
명경대
최동열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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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을 권리’는 책 제목이다. 저자 황두영씨는 새해 1월 3일 춘천에서 독자, 시민들과 직접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매월 첫째 주 화요일 효자문길의 담작은도서관에서 시민단체 ‘책 읽는 춘천’과 한림대 한림과학원 주관으로 열린다. 송종민 회원 사회로 저녁 7시에 시작되는데, 냉기를 뚫고 온 참석자를 위해 30분 전부터 따뜻한 차와 샌드위치가 테이블에 차려진다. 외롭지 않게 지낼 여러 개인적인 묘책을 소개하는 글은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대체 ‘외롭지 않을 권리라니?’라는 궁금증을 품은 이들이 이날 이 자리를 찾을
명경대
박미현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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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도 노래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은 애창곡 ‘십팔번’ 때문이다. 자신만의 리듬과 박자, 감정 표현 등 노하우가 담겨 있다. 적어도 노래방에서만큼은 명가수가 될 수도 있다.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는 일명 ‘뽕짝’으로 알려진 트로트가요다. 흥을 돋우는 데는 이 음악을 따라가기 힘들다. 구성진 가락에 친숙한 가사는 누구나 쉽게 함께 부를 수 있다. ‘십팔번’이라는 용어는 일본의 대중 연극인 가부키에서 나왔다고 한다. 17세기 ‘이치가와 단주로’라는 가부키 배우가 단막극 중에 크게 성공한 18가지 기예(技藝)를
명경대
이수영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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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은 삼진이 지키는데 자네가 가는 촉의 오진은 안개 연기 속에 아득하네 / 지금 그대와 헤어지지만 우린 다같이 벼슬살이로 떠도는 사람들 아닌가 / 이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있다면 하늘 끝도 이웃이라네 / 헤어지는 갈림길 손수건에 눈물 따윈 적시지 마시게.’송별시 가운데 절창으로 꼽히는 왕발(王勃·650~676년)의 ‘송두소부지임촉주(送杜少府之任蜀州)’다. 왕발은 당 고종의 아들을 모셨으나 황제의 미움을 사 강호를 떠돌다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그만 숨졌다. 시와 문장에 뛰어나 양형, 노조린, 낙빈왕과 함께 초당사걸(初唐四傑)
명경대
남궁창성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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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길을 걷고 있던 젊은 남녀를 보고 조금 놀랐던 적이 있다. 그들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한적한 길을 걷고 있었다. 서로 손을 잡을 것으로 봐서는 연인관계인 듯 보였는데, 이들은 전방을 응시하거나 마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손에 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심히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낯선 장면이 휴대폰에 빠져있는 요즘 세태를 상징할 지도 모른다. 개인이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은 처음에는 통화 기능만 가능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하면서 음성통화와 문자는 물론 계산기, 인
명경대
천남수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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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그때, 아버지는 서둘러 연탄부터 장만했다. 뒤뜰 처마 밑에 쌓여있는 연탄 더미를 보노라면 괜스레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김장까지 마치고 나면 식구들 월동 준비는 거의 끝난 셈이 됐다. 한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연탄을 갈아주는 등의 수고와 불편이 뒤따르기는 했으나, 엄동설한에 뜨끈하게 데워진 방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연탄 덕이었다. 간식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때, 연탄 화덕에서는 고구마, 밤이 노랗게 익어갔고, 학교 앞 구멍가게의 연탄불 위에서는 ‘달고나’ 설탕이 달아오른 국자 속에서
명경대
최동열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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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 도계읍 구사리 변전설비 건설현장에서 12월 17일 노동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m 높이에 육박하는 이동형 바스켓을 타고 전신주 배전선로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 그들의 삶이 멈춘 시간은 토요일이었고 시간은 오전8시40분이다. 신문기사는 하청업체 노동자 40대와 50대라고 밝혔다. A와 B씨로 표기해 그들이 누군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순간 무미건조한 단 몇 줄 기사의 행간에 멈칫했다. 주 5일제 근무라면 휴식이 있어야 할 주말이다. 추락사한 시간 이전에 산간 오지 구사리 일터에 도착하려면 새벽밥을 먹고
명경대
박미현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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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가장 주목을 끄는 뉴스는 수학 과목의 난이도다. 변별력을 높인 경우 대입에 결정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보다 10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가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지난해보다 쉬워졌지만, 수학 난이도는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자연 계열 수험생들이 입시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학원가에서도 올 입시의 특징을 ‘수학’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문·이과 구분 없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통합 수능 두
명경대
이수영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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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22일 오후부터 다음 날인 23일 오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3일과 14일 검찰에 소환된 이유다. 그리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연유도 문제의 하루 동안 벌어졌다.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이대준씨가 9월21일 새벽 1시58분 어업지도선 근무 중 소연평도 남방 2.2㎞ 지점에서 실종됐다. 북한이 22일 오후 3시30분 실종 지점에서 27㎞ 떨어진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 해역에서 이씨를 발견했다.
명경대
남궁창성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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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세태를 꼬집은 듯 보인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면서 책임을 묻는 것은 그다음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가 국민이 보기에는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비친 모양이다.2001년부터 교수신문이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당시 상황을 함축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이 컸다. 마침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명경대
천남수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