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아일랜드’ 내일 춘천 공연
배우 양흥주·민경 주연 참여
김정훈 통통창의력발전소 대표 등
도내 프리랜서 연극인 한 자리
넬슨 만델라 복역 로벤 섬 배경
교도소 발표회 연습 과정 담아
인종차별 고발·인간 존엄 표현

▲ 배우 민경(사진 왼쪽)과 양흥주.
▲ 배우 민경(사진 왼쪽)과 양흥주.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 강원도의 대표 연극인들이 단 한번의 무대를 위해 뭉쳤다.코로나19로 멈춰있던 강원 연극의 장막 뒤에서 3달간 합을 맞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오는 4일 오후 7시 춘천 축제극장 몸짓 무대에 오르는 연극 ‘아일랜드’.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강원도 대표 배우 양흥주와 한국연극협회 춘천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배우 민경이 배우로 참여하는 작품이다.참여 스태프들의 면면부터 화려하다.김정훈 통통 창의력발전소 대표가 연출을 맡고 황헌중 강원도립극단 예술부장이 홍보를 담당한다.또 장태준 창작집단 쵸크24 대표가 음향감독을 맡는 등 도내에서 배우와 연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들이 소품제작이나 사진,음향오퍼 등 전문분야가 아닌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이처럼 특정 극단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연극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이번 공연이 제27회 봄내예술제 일환으로 마련되면서 가능해졌다.봄내예술제에서는 연극협회 소속 극단들이 돌아가며 매년 공연을 선보였는데 7∼8년 전쯤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개인 회원들이 늘어나자 이들에게 별도의 참여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돼 왔다.프리랜서들인만큼 서로 일정을 맞추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는데 올해 코로나19로 모든 공연들이 취소되면서 모일 수 있었다.지난 3월부터 대본을 리딩하는 등 3달간 서로 합을 맞췄다.
 

▲ 연극 ‘아일랜드’가 오는 4일 오후 7시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공연된다.사진은 연습모습.
▲ 연극 ‘아일랜드’가 오는 4일 오후 7시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공연된다.사진은 연습모습.


이들이 선택한 작품은 ‘아일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연극연출가 아돌 푸가드의 원작으로 고 넬슨 만델라가 종신형을 받고 복역했던 로벤 섬을 배경으로 한다.표면적으로는 남아공의 인종차별 문제를 고발하지만 국가와 개인의 삶,권력,인간의 존엄성 등의 감정들이 서정적으로 그려진다.이번 연극에서 양흥주 배우는 연극으로 저항운동을 펼치다 10년형을 받은 존으로,민경 배우는 아무런 잘못 없이 종신형을 받은 윈스톤으로 분한다.극에서는 로벤섬 감옥에 갇혀 자유를 빼앗긴 두 사람이 교도소 발표회를 위해 밤마다 희랍극 ‘안티고네’를 연습하는 과정이 그려진다.‘극중극’ 형식으로 전개되는 작품에서는 두 사람이 ‘안티고네’를 준비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통해 주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민경 배우는 “정치적 활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종신형을 살아야하는 억울한 윈스톤의 심정을 공연까지 충분히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차별과 인간의 존엄성을 다루는 작품의 본래 의미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양흥주 배우는 ”극중 인물의 죄수복은 짧은 바지인데 당시 함께 수감된 백인 죄수들은 긴 바지의 죄수복을 입었을 정도로 죄수 사이에서도 차별이 심했다“며 “당시 흑인들이 저항하면서 느낀 절망과 아픔을 통해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단 한번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이미 모두 매진됐다.연극인들이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 사실상 재능기부로 제작한 작품인 만큼 한차례밖에 볼 수 없다는 연극계의 아쉬움도 크다.황헌중 강원도립극단 예술부장은 “각자의 영역에서 인정받은 연극인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인만큼 향후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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