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진관 강원도농업기술원 농식품연구소장
▲ 함진관 강원도농업기술원 농식품연구소장
‘장(醬)’은 간장,된장,고추장,청국장 등을 통들어서 일컫는 말로 한국·중국·일본 등에서는 조미료적 식품의 의미를 두고 있다.장이 우리 식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음식 맛은 장맛’,‘집안을 알려면 장맛을 보라’ 등의 여러 속담에서 알 수 있다.실제로 장맛이 좋아야 음식 맛이 좋음은 당연하다.장독대는 어느 집이고 극진히 위했다.해가 들면 뚜껑을 열어놓고 해가 지기 전에 덮었다.장을 담그려면 우선 택일을 하고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16세기 임진왜란을 전후해 일본에서 유입된 고추는 식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18세기에는 기존의 장에 고춧가루를 첨가한 ‘막장’ 형태의 고추장이 만들어지고 거듭된 발달로 조선시대 장류는 20여가지로 다양해졌다.한국인에 의한 장류의 기업화는 1945년 이후 군용식품으로 큰 수요를 갖게 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오늘날에는 각 가정에서 장담그는 문화가 점차 줄고 투박한 장항아리 대신 기능성용기에 담긴 여러 장류가 냉장고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시판 장류 소비가 늘면서 국내 장류시장은 생산액 기준 723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나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다.장류 업체 수는 2017년 기준 2062개로 조사됐다.

된장,고추장,청국장 등은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이다.선조들의 식생활에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이 컸다.간 기능회복과 해독효과가 있으며 콩 속 레시틴과 사포닌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노화·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며 항암효과를 근거로 해석할 수 있는 여러 생리활성물질들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젠 옛 추억이 됐지만 시골 어느 집이든 가을이면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든 후 볏짚에 엮어 따뜻한 방에 매달아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된장은 볏짚이나 대기중 자연균주를 이용해 6개월 이상의 숙성을 거쳐 만들어졌다.반면 대중화된 공장식 장류제조는 품목 등급에 따라 15∼60일이 소요되며 소비자 중심의 다양한 규격과 편리한 패키지를 가지고 있다.

전통장류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장담그기’의 접근을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시골 마을 단위의 장담그기 체험을 통해 가정에서 먹는 장을 소비자가 직접 담그고,개인 장독대를 두어 장이 숙성되면 집으로 배송하는 프로그램,‘된장 만들기 세트’와 같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제품 개발 등도 필요하다.또 전통 장류의 가치향상을 위해 장류에 유용한 미생물을 분리·선발해 표준화된 맛 유지를 위한 종균 개발 연구가 절실하다.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는 제조·발효환경 조사로 식품 안전성 확보와 고품질의 장 생산을 위한 품질 지표를 제시하는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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