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형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춘천영화제 이사장
▲ 주진형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춘천영화제 이사장

 

1엔니오 모리꼬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휴대폰 벨소리로 써 왔습니다.저의 메마른 영혼을 달래주던 훌륭한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십자가에 묶인 신부가 폭포수로 떨어지는 장면은 지금도 인생의 이유는 무엇인가를 종종 자문하게 만들곤 합니다.거창한 인생의 이유는 사실 존재하지 않고 우리가 만든 소망 또는 허구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그래도 그 이유의 끝자락을 놓지 않고 보통의 하루에서 희망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우리가 사는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션’을 포함해 여러 편의 영화들이 제 인생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습니다.사랑,우정,신념,신뢰,배신,탐욕과 같은 인간의 위대함과 처량함을 보고 듣고 느끼게 해주는 전도사 같은 역할도 해 주었습니다.젊은 시절 할리우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다녀오면서 우리와 다른 그들의 세계에 놀라기도 했었는데 이제 우리도 그 이상의 가치와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넉넉한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중학교 시절 멋진 스승님을 만나 까까머리 시절부터 매주 한 차례 춘천의 미래와 발전을 포함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40년이 흘러 그 시절의 꿈과 희망을 현실화시킬 수도 있는 나이에 도달했습니다.어떤 변화를 함께 도모하면 좋을까요?춘천을 진정한 영화와 문화의 도시로 만들어 볼 수 있을까요?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칸영화제가 열리는 칸은 프랑스 남부해변에 위치한 인구 7만5000명 정도의 중소도시입니다.춘천은 내륙에 있지만 호수가 넓고 적당한 높이의 산들이 즐비하며 시민의 마음도 곱고 아름답습니다.사시사철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국내외 문화축제를 도모할 충분한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판타스틱 영화제를 개최하는 부천에서는 38만여㎡의 부지에 4조19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영상문화산업단지 개발을 계획중입니다.춘천시의 영화도시 구상 당시 부천시의 계획도 참고해 볼 것을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인연으로 사단법인 춘천영화제의 이사장을 맡은 이후 3번째이자 제7회 춘천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영화계의 문외한으로 인연의 끈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합당한지 되묻기도 합니다.아시아 영화를 유럽에 알리려는 취지로 1999년 시작된 프랑스 도빌 아시아영화제도 프랑스 의사 알랭 파텔에 의해 시작됐다면서 저를 독려하기도 하고 정신분석을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영화가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인연의 끈이 운명으로 바뀔 수도 있고 더 유능한 분을 모시는 행운도 기대하지만 제 작은 땀방울이 춘천의 문화와 영화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시민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는데 다소나마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기도 합니다.20억∼30억원 예산 지원을 받는 강원도 내의 일부 영화제에 비해 미약하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유수 국내 영화제와는 비견할 수 없지만 문화와 품격의 도시,영화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 춘천영화제가 작은 밀알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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