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 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 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다 심심치 않게 느끼는 게 있다.괜찮은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반대로 대도시에는 특색있는 문화와 색깔이 있는 다양한 스테이 공간들이 있다.지방 소도시의 소규모 스테이 공간에서는 대형 호텔 체인이나 럭셔리 호텔과 같은 최상의 숙박 경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하지만 올림픽 개최 도시이자 동해안 관광 거점 도시인 강릉이라면 조금 더 나은 스테이 공간들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강릉을 찾는 여행자들은 스테이 공간을 선택할 때 가격과 주변 경관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오션 뷰나 경포 호수 뷰가 있는 스테이 공간들은 높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많은 여행자로부터 선택받는다.반대로 주변 경관의 매력이 떨어진다면 가격을 낮추거나 여행자가 선호할 만한 다른 조건,예컨대 KTX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깝다는 입지 등을 셀링 포인트로 내세운다.한편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다 보면 큰 자본으로 좋은 입지를 선점한 호텔들에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지는 모텔, 펜션 그리고 민박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경험 욕구가 계속 변하는 만큼,공간 또한 계속해서 변화를 필요로 한다.그렇기에 새로 생기는 스테이 공간들은 대개 기존의 공간보다 더 나은 숙박 경험을 제공한다.그러나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새로움과 쾌적함만으로는 부족하다.오랫동안 국내외 유수 호텔 체인들은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을 그들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숙박 경험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하나의 스테이 브랜드를 구성하는 경험은 호텔을 예약할 때부터 로비를 지나 컨시어지에서 체크인을 하고 객실을 이용한 뒤 체크아웃하는 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이러한 브랜드 경험의 디자인이 스테이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모든 스테이 공간이 유명 호텔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는 없다.그런 측면에서 최근 중소도시 스테이 경험에 차별성을 더하기 위해 주목하는 대안은 로컬 커뮤니티 스테이(Local Community Stay)다.최근 국내여행 트렌드는 기존 리조트휴양이나 테마 관광을 넘어 여행지에서 살아보는 경험 중심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사람들은 방문하는 공간이나 식당뿐 아니라 숙박 경험에서도 지역성을 느끼고 싶어 한다.이러한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포틀랜드의 에이스호텔(Ace Hotel)이다.에이스호텔은 지역 창업가들의 제품과 작가들의 작품으로 객실을 꾸며 지역 커뮤니티와의 동반 성장을 이루어낸다.기존 호텔들이 로비를 투숙객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 에이스호텔은 로비를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 것 또한 특징이다.

강릉이 더 매력적인 관광도시이자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바다와 커피,그리고 먹거리를 넘어 좋은 숙박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도시 전체 숙박 시설 중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후한 민박집,모텔,여관 등을 비롯해 도시 경관이나 관광시장에 대한 별 다른 고민 없이 생겨나는 중소 호텔,모텔들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여행자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또는 강릉의 지역 주민과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과 쇼룸의 기능을 할 수도 있겠다.강릉을 여행자에게는 한번 더 방문하고 싶은 도시,지역 주민에게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줄 새로운 스테이 모델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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