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 2개월만에 참변

6일 춘천 남산면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긴급구조본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앉아 있다. 방도겸
6일 춘천 남산면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긴급구조본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앉아 있다. 방도겸

“오늘 아침까지도 웃으면서 통화했는데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로 사망한 기간제 근로자 이모(69)씨의 시신이 이송된 강원대병원 장례식장.빈소도 채 마련되지 않은 장례식장 로비는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유가족들의 슬픔으로 가득 찼다.이씨의 부인은 남편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듯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울음조차 쏟아내지 못했고,딸들은 시신이 이송될 당시의 동영상을 돌려보며 가슴을 쳤다.

유가족들은 연일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공수초섬도 떠내려가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이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시청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기 시작한 지 불과 2개월만인 것으로 알려졌다.가족들은 시신 이송 당시 동영상을 보며 작업 중 근로자들에게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 제공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이씨의 처남이라고 밝힌 A씨는 “비가 많이 와서 물가 근처에 가는 것도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수초섬이 떠내려갈까봐 사람 보고 그 무거운 수초더미를 강 위에서 묶으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기 전 수십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는 이씨는 생전 공직에 대한 신념이 남달라 퇴직 후에도 시청에서 일하는 것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고인은 미혼의 두 딸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어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A씨는 이씨에 대해 “평소 밝고 웃음이 많았다”며 “사고가 난 날 아침 9시 30분에도 아내랑 웃으며 통화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가영·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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