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의 미래를 묻다] 10.동강댐 백지화 20년
동강 생태·경관 보전지역 72.85㎢ 달해
심각한 규제, 인프라 부족으로 이어져
동강댐 건설 발표부터 서서히 마을 쇠퇴
주민 삶의 터전 상실·마을간 불신 키워
“뗏목 운영하던 청년시절 바라지도 않아
물줄기 일부라도 주민에게 돌아와야”

▲ 정선군 신동읍 제장마을 주변은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상류에서 운반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쓰레기가 지명 안내판까지 점령한 했지만 주민들은 마음대로 치울 수 없다.
▲ 정선군 신동읍 제장마을 주변은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상류에서 운반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쓰레기가 지명 안내판까지 점령한 했지만 주민들은 마음대로 치울 수 없다.

[강원도민일보 윤수용 기자] 동강댐이 백지화된지 20년이 지났지만 강변 주민들의 고단한 삶과 반목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동강마을의 아픈 역사는 물론 댐 건설 발표 직후의 혼란스러움도 여전히 물줄기와 함께 흐르고 있다.동강을 사람의 강과 주민 삶의 터전으로 접근하자는 논의는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등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취재진은 올 여름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강타한 정선 동강마을을 찾았다.이곳은 천연기념물 백령동굴과 동강 물줄기 중 유일하게 자연미를 간직한 나리소가 지척인 정선 신동읍 제장마을이다.제장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마을을 떠나지 않은 역사의 산증인인 석동근(76) 정선 고성산성문화제추진위원회장이 마을 입구에서 반갑게 맞았다.

▲ 석동근 정선 고성산성문화제추진위원회장(사진 왼쪽)이 동강댐 백지화 이후 주민과 마을간 반목으로 점철된 마을의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석동근 정선 고성산성문화제추진위원회장(사진 왼쪽)이 동강댐 백지화 이후 주민과 마을간 반목으로 점철된 마을의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석 회장은 동강 6개 마을 커뮤니티인 고성산성문화제를 이끌고 있다.그 만큼 지역에서는 원로다.지난 1950년말까지 동강의 주인공인 뗏목을 운전한 뗏꾼이었다.석 회장은 당시만 해도 동강에서 물고기와 다슬기를 자유롭게 잡고 그 물을 떠서 식수로 사용했다고 회상했다.당시 제장마을은 주민도 100명을 육박하고 경제적인 형편도 좋아 모두가 부러워하는 마을이었다.동강이 사람의 강이자 주민 삶의 터전이었다는 증거다.지금은 20여명의 주민들이 소규모 농업과 펜션,과수원 등으로 생업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녹치 않다.동강댐 백지화 후 20년 동안 다양한 규제와 감시 시스템은 삶의 터전을 황폐화 시켰고 주민과 마을간 불신도 키웠다.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은 72.85㎢에 달한다.최근에는 정선 동강변 주민들의 주요 생활 터전인 30여개의 펜션 중 절반 이상이 매물로 나왔다고 한다.이는 심각한 규제가 만들어 낸 인프라 부족과 물줄기를 활용할 수 없는 현실이 주요 원인이다.최근에는 마을 뒤편의 백운산 탐방객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물줄기를 잃고 탐방로 하나만으론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주민들의 토로다.

▲ 정선군 신동읍 제장마을 입구에 설치된 ‘동강유역자연휴식지탐방안내도’ 모습. 동강댐 백지화 이후 주민들은 각종 규제로 빛바랜 표지판처럼 퇴색해 흔들리고 있다.
▲ 정선군 신동읍 제장마을 입구에 설치된 ‘동강유역자연휴식지탐방안내도’ 모습. 동강댐 백지화 이후 주민들은 각종 규제로 빛바랜 표지판처럼 퇴색해 흔들리고 있다.

제장마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강의 낙원’ 펜션을 운영 중인 박정례 대표는 “올 여름시즌 중 지난 7월은 단 한명의 방문객도 없었고,8월에는 1팀만 펜션을 찾았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울먹였다.석 회장과 마을 주민들은 취재진에게 정선 연포마을의 대규모 생태학습장과 동강따라 천리길,제장~연포 간 출렁다리 등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동강 물줄기를 돌려받지 못한 삶의 터전을 상실한 주민들의 대안이다.석회장은 정부의 동감댐 건설 발표 당시부터 현재까지 30년 동안 마을들이 서서히 쇠퇴하고 있다고 걱정했다.동강이 바라만 볼 수 있는 물줄기가 됐기 때문이다.제장마을은 낙후된 대표적인 마을이라고 거듭 밝힌 석 회장과 주민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를 아직도 희망하고 있다.

마을을 떠나는 취재진에게 석동근 회장은 “유년시절 동강과 뗏목을 운전하던 청년시절의 추억 회상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동강 사람들에게 물줄기 일부라도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하며 취재진을 배웅했다. 윤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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