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장수 각료로 꼽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그것도 정책 실패나 자신의 실책 때문이 아니라 남편의 튀는 행동 때문이다.강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여행을 떠난 것이 발단이 됐다.그는 블로그 등을 통해 요트 구입 및 미국 동부 해안 항해를 위해 이번 여행계획을 공지한 것으로 전한다.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외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때라는 점이다.추석 연휴기간에도 정부와 방역당국은 고향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방역수칙을 지키고,개인적 행동을 절제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이것이 지금 국민 모두의 도덕률이다.코로나 방역의 성패가 개인적 욕망을 여하히 절제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인데 이 교수가 이를 모를 리 없다.그는 한 나라의 외교업무를 관장하는 장관의 남편으로 공인에 가깝다.은퇴 후의 무한자유를 구가해도 좋은 사인(私人)이 아닌 것이다.더욱이 외교부는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해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상황이다.이런 마당에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여행을 위해 출국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 개인의 자유다.그러나 그 자유가 국민 다수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면 자유가 아니다.이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삶을 사는데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신경 쓰며 살 수는 없다”라고 했다고 한다.그러나 양보도 하고 다른 사람 신경도 쓰며 사는 게 정상이다.양보하고 절제하는 데서 사회적 자유가 확보되는 것이다.

그의 자유는 결국 외교 수장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고,배우자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강 장관은 지난 4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주변 관리가 안 돼 낭패를 본 사례가 한둘이던가.장관의 체면이 말이 아닌데,그 영(令)인들 서겠는가.군사와 식량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신뢰라고 한다.그의 분별없는 행동이 지도층과 공조직에 대한 불신을 한껏 키운 꼴이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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