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주요 작물인 감자는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가 원산지다.16세기 무렵 유럽에 전파됐는데 스페인 군대가 페루에서 가져갔다는 설과 피사로라는 탐험가가 에스퍄냐로 가져갔다는 설 등이 혼재해있다.초기에는 땅속에서 자란다는 이유로 ‘악마의 사과’라고 불리면서 식탁에 오르기보다는 사료용으로 주로 사용했고 프랑스에서는 나병을 일으킨다고 아예 재배를 금지하기도 했다.

감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세기 초로 알려져있다.강원도와 함경도,평안도 등 주로 산간 지역에서 4∼5월에 씨감자를 심어 9월에 수확하는 여름 재배 형태였다.해발 600m이상의 고랭지가 많고 일교차가 커서 감자재배에 좋은 환경을 지닌 강원도는 우량씨감자를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한 전문기관을 운영하고 있다.자신을 ‘불량 감자’라고 소개하는 최문순 지사는 이외수 소설가,가수 김C와 함께 ‘강원도 3대 불량감자’로 불린다.

최근 강원도 감자를 활용한 ‘감자빵’이 춘천지역 향토기업과 대기업간의 표절논란으로 비화하면서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춘천 카페 ‘감자밭’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감자빵은 외관이나 캐릭터 모양 등이 저희 감자빵과 너무 흡사하다.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한다면 판매를 멈추고 소상공인과 상생해달라”고 공식 요청했고,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이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출시 사흘만에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일단락됐지만 서울에 본사를 둔 일간지와 경제지들은 “감자빵은 SPC그룹이 ‘상생 프로젝트’로 지난달 평창군과 협약을 맺고 대량 수매한 감자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표절은 아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횡포’보다는 지역업체의 ‘노이즈 마케팅’이 부각되는 것을 보면서 ‘선한’ 대기업의 정교하고 치밀한 언론플레이를 보는 듯해 입맛이 쓰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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