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 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 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2010년대를 기점으로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부처에서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해 실행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만들어오고 있다.강원도에서도 수소연료전지,전기차,드론,스마트농업 등 기술을 활용한 산업들이 전략적으로 육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강원도는 과거부터 제조업이나 기술 기반 중심의 산업이 아닌 소상공인 중심의 관광업 등이 발달한 곳이다.새로운 기술 기반 산업도 필요하지만 강원도 산업의 체질 자체를 단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물론 도내 전체 사업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상공인들이 신기술 기반 스타트업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그러나 이들이 오늘날 강원도를 손꼽히는 여행지로 성장시키며 지역 골목상권을 책임져 온 주인공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2015년 이후 강원과 제주를 중심으로 지역 고유의 자원과 문화유산을 활용해 다양한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해나가는 이른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면서,강원도의 지역색을 새롭게 해석한 로컬 콘텐츠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속초의 ‘칠성조선소’,양양의 ‘서피비치’ 그리고 강릉의 ‘버드나무브루어리’ 등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라이프스타일·F&B 브랜드가 생겨났다.이처럼 개별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독창적인 로컬 콘텐츠들이 등장하자,어느 한 지역만 여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해안 일대를 훑으며 이런 콘텐츠들을 경험하려는 여행자들도 늘고 있다.즉 속초 여행,강릉 여행이 아니라 ‘동해안 벨트 여행’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로컬 콘텐츠는 여행자들을 강원도로 불러모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부족한 인프라를 채우는 역할 또한 하고 있다.강원도로 이주하는 1인 창업가,기획자,예술가 등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지역의 교육,문화예술,도시 재생과 같은 다양한 영역의 변화를 촉진하는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강원은 개인 단위의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자생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춰나가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좋은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강원도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인구 감소 및 유출,원도심 공동화,대중교통 인프라 부족 등 심각한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다.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내 18개 시·군은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여러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민간 기업에서도 지자체와 협력해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지역 문제 해결을 통한 지역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면,외부의 자원뿐 아니라 강원도 내부에서의 다양한 협업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지역에서 지역 혁신을 주도할 인재들을 발굴해 육성하고,꾸준히 주목할 만한 혁신 사례들을 만들어 온 로컬 크리에이터와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업해 관광,문화,공공 디자인,지역 혁신 등 다양한 주제의 현안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도는 국내외 다른 지역의 선진 사례들을 보고 베끼는 정책이나 사업을 펼칠 게 아니라 강원만의 특색을 살린 ‘강원도형’ 지역 혁신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공공과 민간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보다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지역 인재가 주도하는 강원도형 지역 혁신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밀고 있는 4차 산업과 기술기반 혁신은 포기할 수 없는 의제지만,국내 최대의 관광 및 휴양 거점인 강원도라면 소상공인,로컬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지역 혁신 모델과 지역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살린 로컬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하고 개발하며 느리지만 확실한 성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강원의 미래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로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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