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은

오래 전부터 아흔아홉 구비 백두대간의 반석이었다.



하늘이 낮아 고개 위가 석자였던 백두대간의 등허리는

푸른 하늘에 걸쳐진 찬연한 용마루였다

하루 종일 햇살 속을 뒹굴어도 넉넉한 겨울은

삼백육십오일 자작나무 숲을 이루고

지상의 끝까지 출렁이는 평창의 강물은

서강과 동강의 인연으로 만나 남한강을 이루었다



이 땅은

붉은 고동 울리는 맨발의 아이들이 사는 땅이었다



문 앞의 땅이 좁아

수레 두 채만 용납하던 하늘아래 첫 동네

대국을 항해 용트림하던 고구려의 영토였다



황량하고 매서운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서던 산맥은

뜨거운 심지로 등을 곧추세워 울울창창 골짜기를 만들고

역사를 거슬러 저 너른 뜰에서 빛나던 사람들은

발왕산과 오대산의 인연으로 만나 적멸보궁을 세웠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은 남는 것

물은 흘러가도 흔적은 남는 것



항거할 수 없는 아름다움 가득한 이곳에서는

낮과 밤이 경계를 허물고 유순하게 늙어간다

사람들은 구석구석 훈장처럼 거대한 능선을 만들고

이 땅의 새벽을 경건한 맥박소리로 터전을 일군다

요란한 생명의 빛 품에 안은 새천년 역사

그 장대한 미래가 바로 여기 눈 앞에 있다



이 땅은

꺼지지 않는 푸른 동맥으로 긴긴 숨을 쉰다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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