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민-‘빛 그물 다시 그 속으로 돌아온’
탁운우-‘혜화동 5번지’
김진숙-‘사람을 생각하는 일’

▲ 이광민 '빛 그물 다시 그속으로 돌아온'
▲ 이광민 '빛 그물 다시 그속으로 돌아온'

이광민 원주문인협회 사무부장이 등단 11년만에 첫 시집 ‘빛 그물 다시 그 속으로 돌아온’을 펴냈다.

시인의 주된 정서 중 하나는 ‘미안함’이다.시인의 미안한 감정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주변인,세계 전체로 확장된다.시 ‘그리움’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이 마음에 버티기만 할 뿐” 고맙다는 말이 입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시 ‘깃털’에서는 “옷걸이에서 떨어진 깃털 하나”를 보며 무참히 희생당한 동물들에 대한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해 각종 사건·사고를 다룬 사회성 짙은 시들도 많다.세월호 사고를 다룬 시 ‘참회’에서는 “돌아오지 못하는 이를 기다리는/노란 리본이 부끄러운 봄”이라고,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다룬 시 ‘부디’에서는 “한 올의 숨이라도 이어나가길 기도하던 가족은/남는 자의 서러움으로 악을 쓰고/말 없는 이별의 허망함 오열”한다며 상처의 기억을 더듬는다.

 

▲ 탁운우 '혜화동 5번지'
▲ 탁운우 '혜화동 5번지'

춘천에서 활동하는 탁운우 시인의 첫 시집 ‘혜화동 5번지’는 사회 언저리에서 무너지는 인물들에 대해 치밀하게 사유한다.

시 ‘노인의 꿈’에서 “몸통보다 더 큰 파지를 실은 노인의 리어카”는 “빈틈없이 들어찬 생의 행진”에 잠시 무릎을 꺾는다.어쩌면 “세상과 나 사이 나와 당신 사이/필요한 건/속도가 아닌 거리” 일지도 모른다.“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라고 표현한 시인은 존재의 의미를 찾는데 관심이 많은 듯 하다.시인의 말도 비슷한 분위기다.“어쩌다 태어나 돌아가지 못하고 살아내는 나와 당신과 우리들/실패하며 조금 더 멀리 돌아가도 괜찮다고.”
 

▲ 김진숙 '사람을 생각하는 일'
▲ 김진숙 '사람을 생각하는 일'

춘천 출신 김진숙 시인의 첫 시집 ‘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단조로운 시의 흐름 속에 인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재기발랄한 표현 보다는 자연스러운 내면적 성찰이 시의 깊이를 더해준다.치매 걸린 노인,일용직 노동자 등을 소재로 이웃에 대한 세심한 시선도 담겨있다.시인의 표제시를 보면 ‘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혼자 밥 먹는 것처럼 재미없는 일”이다.“한쪽 발로 깽깽이 뛰는 것처럼/참 쓸쓸한 일이”기도 하다.이영춘 시인은 해설에서 “김 시인은 적당한 감정절제로 시를 시답게 승화시켜내는 시적 기법이 탁월하다”고 평했다.시인의 말에서 김 시인은 “빈 터에 아무렇게 놓인 의자/(중략) 그 의자에 사람을 생각하는 일 하나 올려본다”고 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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