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듯 역병이 퍼져

오다가 만 봄을 마스크로 봉인하고

사람들은 눈을 마주 보지 않는다

봄 닮은 겉옷을 벽에 걸어 놓고

빈 도시는 말없이 서 있다

일상을 도둑 맞은 성직자의 독방에는

십자가가 거꾸로 매달려 있 고

영혼의 총력으로 체온을 달군 박쥐가

사막을 지나가는 동안

외계인들이 몰려와 입을 매장한다

운명처럼 꽃잎은 부풀고

그 뒤에 엉거주춤 서 있는 봄

낯선 손님 따라가던 봄이 잠시 멈춰 서 있다

이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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