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석 속초주재 차장
▲ 박주석 속초주재 차장

고향친구 중 한명이 올해부터 오징어 배를 타기 시작했다.대학 졸업 후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 친구는 8년 전 고향에 돌아와서 장사를 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장사를 접었다.일자리를 찾아 타지행도 고민해봤지만 결국 고향을 선택했고 오징어금어기가 해제된 며칠전 울릉도행 남바리 배에 올랐다.‘남바리’란 보통 오징어 등 회유성 어종을 따라 며칠씩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가는 일을 말한다.

이달들어 오징어 조업이 시작되면서 속초의 오징어 위판장인 동명항 항만부지의 난전상가도 올해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 최근 설치를 마치는 등 지역 어촌계가 분주한 모양새다.난전 상가는 어민들이 속초수협을 통해 도환동해본부로부터 항만부지 사용 승인을 받아 오징어 조업 철인 매년 5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동명항 항만부지에 10여개의 임시 천막을 설치해 장사를 하는 곳이다.오징어가 넘쳐나던 2000년대 초반 채낚기어선들의 위판 대기시간을 줄이고 직접 판매를 통한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후 바다를 바라보며 싱싱한 오징어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입소문이 돌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오징어잡이가 시원치 않아 걱정이다.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조차 부진하다.오징어 어획량에 따라 어민들의 심정도 요동친다.오징어가 풍성하면 활짝 웃고 시원치 않으면 수심으로 가득하다.지난 몇년 동안은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 어민들을 시름에 잠기게 했다.

지난해 속초지역의 오징어 어획량은 1116t으로 5년전인 2015년 2016t보다 절반수준으로 감소했다.난전상가도 3∼4년 전부터 어황 부진으로 문을 ‘열었다,닫았다’를 반복했다.속초는 현재 대한민국 제1의 관광도시로 불리지만 과거의 속초는 어업도시였다.특히 오징어는 지역 경기의 근간이었다.난전상가가 처음 생기던 2000년도 초에는 한해 1만t 이상의 오징어가 잡혔고 성어기인 여름∼가을철 속초 밤바다는 오징어배의 집어등으로 또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그러나 기후변화,중국어선의 싹쓸이조업 등으로 매년 줄어드는 오징어 어획량은 어민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파고 있다.늘어나는 출어 경비도 부담이다.이대로 가다간 속초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먹는 오징어순대와 오징어물회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도 여전히 오징어는 속초의 희망이다.어민들은 오징어를 잡아야 집도 사고 자식들 공부도 시킨다.“이것 저것 고민해봤지만 가족이 있는 고향에 남기 위해 배에 오르기로 했다”는 친구의 선택을 응원하며 올해는 오징어배 불빛으로 속초 앞바다가 불야성을 이루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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