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지역을 사랑한 목사가 있다.강원도에서 그의 행적은 영화평론가,고전 강독자,수필가,무용월간지 편집장,지역문화포럼 대표,문화기획자로 넘나든다.기독교 목회를 본업으로 하면서 종교와 예술,지역문화 영역에서 글쓰기와 강의 그리고 문화 실천가로 경계없는 행보를 펼쳤다.‘문화게릴라 향’ 대표로 예술 활동이 거의 멈추다시피한 작년 12월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 페스타 뉴욕 in 춘천 2020’ 연주회를 선사했다.

단행본과 여러 미디어에 발표된 그의 글은 한 시대와 인간에 대한 통찰의 여운을 남긴다.‘방자전’과 같은 가볍게 넘길만한 영화에서도 한 마디쯤은 목에 걸리도록 붙들어 맸다.강원도민일보에는 2002년 ‘이정배의 영화보기’를 시작으로 ‘영화포스터 읽기’‘삐딱하게 영화보기’‘영화에세이’까지 간판을 바꿔가며 9년간 실렸다.2004년 30회 연재된 ‘이정배의 추억의 극장가’는 그 중 압권이다.‘가스 영사기와 극장사고’‘군인 극장과 반공영화’라는 소제목처럼 50,60년대 극장가 정경과 ‘스크린의 쿼터라는 게 뭡니까’라는 반문으로 영화산업까지 전망했다.

2009년 학위논문 ‘영화비평사 연구’를 내고 강원영화영상예술인협회 공동대표를 맡아 촬영지로 인기있는 강원도의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 촉발과 강원영상위원회 설치에 앞장섰다.영월 출신으로 인제군 귀둔리가 외가인 그는 어릴 적 외할아버지에게 사서삼경을 익힌 경험을 살려 원문을 강독하는 연경학당 주인으로도 살았다.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정된 관념,견고한 이념,굳어진 지위나 자리를 배격할 것을 강조했다.

올 들어서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마이 셀프’영상 소감을 한겨레에 실었다.석진의 곡 ‘에피파니’를 곱씹으며 ‘느릿느릿 산책하다가,문득 하늘을 바라보다가,누구와 이야기하다가,설렁설렁 책을 보다가,빨래하고 청소하다가 불현듯 일어나는 깨우침이 내게 얼마나 귀중한지 모른다’던 사람 좋은 이정배씨가 6월 4일 만59세로 세상과 이별했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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