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귀섭 원주본사 취재기자
▲ 한귀섭 원주본사 취재기자
원주혁신도시가 또 다시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노조는 공단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3차 파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 파업은 심상치 않다. 그동안 파업은 한쪽이나 양쪽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서면 끝나지만 이번에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노노(勞勞)갈등을 넘어서 세대 간의 갈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고객센터노조는 공단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MZ(밀레니얼+Z세대)세대는 최근 ‘공정가치연대’을 결성하고 고객센터 직원들의 불공정한 직고용·직영화·자회사 전환을 반대하며 공정문화제를 서울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서울교통공사의 젊은 직원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토론회, 취업준비생 자기소개서 첨삭 등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현 상황에 대해 반대했다.

MZ세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불공정의 시초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기치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시점에서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폭등한 아파트 값과 심화하는 자산 불평등을 보면서 크게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몇 개월 전에는 SK하이닉스 입사 4년 차 직원이 ‘성과급 산정 방식을 밝히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CEO와 전사 직원에게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또 완성차 3사(현대,기아,한국지엠) 노동조합이 국회에 정년연장 입법 청원을 제출하자 MZ세대 노동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반대 청원을 올리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상생의 길이라고 포장하며 함께 하자는 어른들의 말은 이미 흘려듣기 시작했다. 소위 MZ세대는 이념보다는 실리, 조직보다는 피부로 와닿는 일상 속 불공정에 더 크게 분노한다. 평생직장의 자부심으로 상사의 폭언은 흘려듣고 직원들과 밤새 술을 마시며 훌훌 털어버리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뜻이다.

출신, 지연, 인맥에 신물이 난 MZ세대는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를 보길 원한다.

최근 MZ세대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소통에 나선 공공기관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신경영가치 기반 중장기 조직문화 전략 수립 컨설팅에 착수했다. 심평원은 최근 젊은 직원들이 대거 입사함에 따라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일하는 방식 개선과 평가와 의견을 듣고 개선에 나선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대와 미래 세대를 책임질 세대의 갈등. 이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온 듯 싶다. MZ세대가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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