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온통 초록이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산이 곧장 통유리 속으로 들어왔다

마가목과 보리수가 물소리를 데려오고 산비둘기 울음과 풍경소리를 가져왔다



저 초록을 다 갖고 싶어

그러자 산이 유리 속에서 걸어 나왔다

뜰로 족두리꽃으로 분홍나리꽃으로 연못으로 수련으로 겅중겅중 뛰어다녔다 구름 속으로 달아났다



이 창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저 초록은 유리창 속의 의자를 기억할까? 의자는 스물세 살을 꺼내오고 잃어버린 표정과 나뭇잎과 애인을 데려오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던 창과 거기에 부딪혀 죽은 새를 데려왔다



그때의 우리는 새처럼 죽었을까

창 속에서 죽은 새가 날아다녔다 푸드득거릴 때마다 오래된 울음이 너를 만지고 나를 부비고 구부러진 등을 두드리고

죽은 새가 창을 뚫고 초록빛으로 날아갔다


원인숙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