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순례 영화감독
‘리틀 포레스트’ 춘천 GV 참여
춘천·평창·영월 등 작품 촬영
황정민·현빈 ‘교섭’ 개봉 예정
차기작 시나리오 집필 작업도
“여성감독 좁은 문=구조적 문제”

▲ 최근 영화 '리틀 포레스트'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춘천을 찾은 임순례 감독. 방도겸
▲ 최근 영화 '리틀 포레스트'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춘천을 찾은 임순례 감독. 방도겸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관객들이 모기장과 돗자리를 갖고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뒷뜰로 모여들었다.토요시네파크 현장이다.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제보자’ 등을 만든 임순례 감독이 이 곳을 찾았다.조창호 영화감독이 모더레이터를 맡아 임 감독의 작품 ‘리틀 포레스트’를 초청해서다.토요시네파크의 콘셉트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작품이었다고 한다.임 감독은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연기된 황정민·현빈 주연의 영화 ‘교섭’의 후반 작업을 진행중이고,차기작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동물권 보호 ‘카라’ 대표를 올해 초까지 맡았고,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공동 대표를 지내는 등 사회활동도 활발하다.경기 양평에 터를 잡은 그는 직접 텃밭농사도 짓고 있는데 올해는 조 감독이 춘천에서 수확한 토마토를 받았다고 한다(조 감독은 임 감독의 첫 작품 ‘세 친구’의 연출부였다).영화인들의 ‘무공해’ 대화가 얼마간 오갔고,여름의 끝을 알리는 빗소리 사이에서 임 감독과 요즘 영화 얘기를 나눴다.


-관객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것 오랜만이실텐데,어떻게 지내셨나.

=“거의 2∼3년만인 것 같다.리틀포레스트 개봉 직후에는 해외도 많이 갔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많지 않았다.촬영을 마친 ‘교섭’ 후반작업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아 틈틈이 하고 있다.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탈레반 피랍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다.”

-‘리틀포레스트’는 ‘n차 관람’을 하는 스테디셀러가 됐다.동명 예능이 강원도에서 촬영되기도 했다.청년들의 삶이 그만큼 여전히 힘들다는 반증일까.

=“더 힘들어진 것 같다.촬영할 때는 이만큼 오래 자주 찾아주실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각 외로 반복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다.확실히 현실이 너무 힘드니까 위안을 찾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하다.2017년 촬영 기점으로 4년이 지났는데도 촬영지(경북 군위)에 관광객들이 많이 들른다.집이 촬영 당시와 그대로 남아있어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인근 화본역 등과 묶어 지역관광도 활발해졌다.”

▲ 최근 춘천에 온 임순례 감독이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방도겸
▲ 최근 춘천에 온 임순례 감독이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방도겸

-지역 공동체 이야기가 많은 일본 원작과 달리 한국버전은 개인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하지만 지역에 뿌리를 두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얘기하는 대사들도 눈에 띈다.

=“사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이 공동체에 같이 어울리는 엔딩을 생각해봤다.여러 엔딩 시나리오 중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해먹는 장면도 제안해봤다.조감독등 스태프들과 많이 얘기하는 편인데 모두 반대하더라.촌스럽다고들 생각한 것 같다.일본은 주인공이 지역 전통문화를 같이 즐기는데 오히려 한국은 그런 것이 없다.일본이 개인주의,한국이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것 같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은 세태도 반영했다.지역 문화들이 상당히 사라졌고,귀농해도 원주민과 갈등이 많다.일본은 여성이 혼자 살아도 괜찮은데 우리는 관객이 불안해 할 것이라는 정서도 고려했다.예방 차원에서 고모,수시로 드나드는 친구들,진돗개 오구 등의 장치를 했다.”

-주인공이 ‘엄마’라는 생각도 든다.

=“일본 원작의 엄마는 훨씬 자유롭다.한국 버전에서도 전형적인 엄마는 아니다.딸이 완전한 독립된 인간으로 자라나도록 해놓고 본인의 삶을 찾아 떠나는 것이 전통적인 엄마 상과는 다른데 문소리 배우가 잘 표현해 줬다.일본 원작에서는 엄마가 더 어릴 때 떠나는데 역시 국내 정서를 고려해 수능 직후로 설정했다.”

-‘생태주의’ 등의 수식어도 붙었다.리틀포레스트 후속,기대할 수 있을까.

=“ 리틀포레스트는 잔잔한 영화다.저예산인 반면 촬영기간은 1년 내내다.김태리·류준열 배우 등의 캐스팅이 좋아서 많은 관객(150만)이 들었다.불과 4년전인데도 영화 노동조건도 달라졌다.예전처럼 찍기 어려운 환경인데다 잔잔한 영화가 또 먹힐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있다. 좋은 스타들이또 해준다고 하면…(웃음)”

-강원도가 영상촬영지로 최근 조명받고 있다.

=“‘교섭’도 춘천MBC에서 잠깐 촬영했다.강원도에서 제일 많이 찍은 영화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다.영월에서 많이 촬영했다.‘리틀포레스트’도 일부도 오대산에서 찍었다(혜원이 눈길을 걷는 장면).사실 리틀포레스트 주 촬영도 강원도에서 하려고 알아봤었다.강원영상위 도움 등을 받아 몇 곳 둘러봤는데 어딜가나 너무 잘 지어진 펜션 등만 많았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평창 출신 김도연 소설가 원작이다.

=“어느 날 밤 택시를 타고 가다가 흘러 나온 라디오에서 소설을 우연히 듣고 영화로 만들게 됐다.강원도에서 제일 많이 찍은 작품이다.김 작가님도 촬영 현장에 자주 오셨다.”

-영화산업 내 여성 역할이 이슈다.여러 여성감독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좋은 평에 비해 활동영역은 아직 좁다.

=“여성감독들이 독립영화 분야에서 많이 활약하고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상업영화로 넘어오는데는 제약이 많다.그러다 보니 보통 주변 이야기,개인 경험을 토대로 만드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호평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액션이나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장르를 맡기는 분위기가 아직 아니다.활발하게 진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구조적 상황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사회활동도 다양하게 하고 있는데,영화연출이라는 예술적·창의적 영역과의 상관관계가 있나.

=“직접 치환되지는 않지만 영향은 있겠다.곳곳에 동물들의 이야기를 넣는다든지 등의 방식이다.(리틀 포레스트에서도 김태리는 채식 요리를 한다)”

-요즘 영화산업이 힘들다.OTT 등 대체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한국영화 개봉 자체가 적다.‘교섭’도 벌써 개봉했어야 하는 작품인데 아직 개봉일이 정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OTT 서비스 등이 다채롭게 나오고 있지만,극장에서 시청각을 모두 열어두고 온전히 시간을 투자하면서 한 작품에 몰입하는,그 총체적 경험은 확실히 다른 것이다.한국 영화가 정말 많이 힘들다.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직접 쓰고 계신 시나리오 힌트를 주신다면.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조금 기다리시면 알게 되실 거에요.”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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