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사람들의 옷소매가
어정어정 내려와
메마른 계절의 숨결이
넘겨지는 거리
밤길 걸으며
길어진 그림자는
저마다 드러누워
땅거울로 깊숙이 들고
만월의 무수한 소원들은
달빛을 머금고
멀어져 간 두 손의 독백
새순의 시간에
엉키고 도드라진 상처를
붉어진 나무의 입술에 대어도
무엇 한 겹
덧대기에 어색한
눈 끝으로 활자가
서서히 일어서는
9월의 하늘
창무 밖 고요의 단상으로
그대 목소리 올려두면
사랑스러운 적요가
무럭무럭 펴 오르는
낙하 잎이 뭉근한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