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루에 강아지들처럼 모여 앉고
아버지는 신문을 큰 소리로 읽으셨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선명한 기억들
그 기억 지붕 위로 비가 내린다
엄마는 언제나 동굴 같은 부엌에서
앞치마에 재를 묻히시고
아궁이 앞에서 홀로 삼킨 가난의 설움을
따끔거리는 검불의 촉감 같이
나를 아프게 찌른다
나뭇가지 같은 엄마의 손이
내 뽀얀 다리를 쓰다듬던 저문 기억들
가을 하늘처럼 시리다
여우꼬리처럼 짧은 가을 햇살이
내 등에 업힌 채 잠이 들고 나면
어느 새 어둠이 내려앉던 언덕 위 우리집
그 길 위로 뽀얀 달빛이 내려와 논다
양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