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명 고성주재 취재부장
▲ 이동명 고성주재 취재부장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성 금강산 건봉사는 오랜 세월을 지난 만큼 영광과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이곳은 아픔을 딛고 재기하는 희망의 현장이다. 6·25때 격전지로서 불이문만 남고 전소, 폐허가 됐으나 1989년 1월 20일 민통선에서 해제된 후 10차례에 걸친 고고학적 조사가 진행됐고, 대웅전·봉서루·극락전 등 복원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서기 520년 아도화상이 금강산 남쪽 기슭에 ‘원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이래,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건봉사에서 의승병을 일으켜 6000명의 승병을 훈련시킨 곳이 남아 있으며,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만해 한용운이 최초의 선 수업으로 하안거를 보내고, 법호인 ‘용운(龍雲)’을 건봉사 만화당의 인가를 통해 받기도 한 호국불교의 성지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통도사에 있던 부처님 진신치아사리를 왜국으로 가져갔는데 사명대사가 1605년 사신으로 가서 되찾아와 그 중 12과를 건봉사에 보관하게 됐다. 최근 금강계단이 만들어지면서 불사리 봉안처로서 명성이 높다. 진신치아사리는 스리랑카 캔시시(3과)와 건봉사(8과)에만 봉안돼 있다. 치아사리 5과는 일반인이 친견할 수 있다.민간인 출입이 금지되던 1986년 7명의 전문도굴단이 12과의 치아사리를 모두 훔쳐 달아났는데, 공범들이 가져간 4과는 찾지 못했으나 행동책이 보관하던 8과는 돌아왔다.

1446년 세조가 이곳에 행차해 어실각을 짓고 조선 왕실의 원당(願堂·소원을 빌기 위한 지정사찰)으로 삼은 이후 지속적인 왕실의 원당 지정과 후원에 따라 유생 등의 침탈 없이 사세를 확장시켰다.금강산 불교신앙의 중심지인 건봉사는 만일염불회의 전통을 잇고 있으며, 강학과 참선의 전통을 함께 세운 곳이다.근대에 교육과 민족의식의 산실로서 봉명학교 설립,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고성군은 2016년 7월 문화재청에 건봉사의 사적 승격 신청을 했고, 2018년 4월 문화재청 심사결과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군은 9월 중 강원도를 통해 건봉사지 국가사적 지정을 재신청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용역 안에는 문화재청에 제출할 서류 등도 포함됐다. 건봉사지 사적 지정을 위한 학술세미나도 최근 열려 역사, 문화재적 가치 등을 재조명했다. 한 발제자가 말했듯 건봉사 일원은 아직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 의문일 정도로 가치가 크다. 이곳이 국가 사적으로 지정돼 사찰의 실제복원공간, 가상복원공간, 콘텐츠공간 등 구분을 통한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 방문객이 관심을 가질 콘텐츠를 바탕으로 박물관·전시관·홍보관을 조성, 대중에 다가가야 한다. 명품걷기길 조성과 조제암·극락암·보림암·안양암 등 암자의 복원도 필요하다. 고성팔경 제일경인 금강산 건봉사 일원이 사적으로 지정돼 고성의 문화적 자긍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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