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석 속초주재 차장
▲ 박주석 속초주재 차장

지난달 26일 야간에 속초 영랑호 호숫가를 산책하던 20대 남녀 커플의 흉기 피습 사건으로 지역사회가 어수선하다.

피해자들은 산책 중 갑자기 다가온 남성이 찌른 흉기에 목과 팔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남성 피해자는 손목의 힘줄이며 신경들이 모두 크게 다쳐 장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지역 주민에게,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언제 어디선가에서 이와 같은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형성했다.실제로 최근 영랑호 산책로에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도 급감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한 후 영랑호 산책로를 돌아보면서 ‘셉테드’와 ‘깨진 유리창 법칙’이 떠올랐다.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범죄예방환경설계)란 적절한 환경 개선을 통해 잠재적 범행 욕구를 낮추고 일상 속 안전감은 높이는 다양한 기법들을 말한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셉테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한장의 깨진 유리창과 같이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문제점이나 무질서한 환경을 방치할 경우 해당 장소가 ‘관리되지 않는 곳’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 종국엔 큰 범죄로까지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영랑호 산책로는 7.8㎞의 경사가 없는 부담없는 코스인데다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풍광으로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러나 일부 구간의 경우 여름철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의 잎때문에 가로등 불빛이 산책로를 비추지 못하는 곳이 있는데다 가로등이 설치돼 있어도 조도가 낮은 곳도 있어 야간 산책과 운동을 하는데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범죄사각지대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2019년 발생한 산불로 전소된 채 2년 넘게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별장형 콘도 20여채 역시 흉흉한 분위기 조성에 한몫 보태고 있다.

영랑호 산책로에 셉테드의 기본개념을 적용해야 할 시점이다. 때마침 속초시는 사건 발생 직후 산책로에 방범용 CCTV 5개를 설치하고 산책로 구간 중 어둡다고 판단되는 곳의 가로등 전구를 교체하는 한편 현재 추진 중인 노후 가로등 교체사업을 조기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경찰도 영랑호 등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원 등에 대한 순찰을 강화키로 하는 등 영랑호 산책로 환경개선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비록 사건 발생 이후 조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아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또 지자체와 치안당국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동별 자율방범대 등 민간차원에서의 활발한 치안활동은 물론 일반 산책객들도 산책로 주변에 보이는 쓰레기 정도는 챙겨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사회구성원 모두가 영랑호 산책로 환경개선을 위해 힘써 전 시민에게 다시 사랑받는 영랑호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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