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팀 학교로 찾아가는 공연
학교 안 작은 미술관 등 ‘호응’
문화예술교육 정서발달 도움
언어·수리·외국어·IQ 영향
표현력 높이고 소통 능력 키워
도내 공연장 수 81곳 전국 하위
학교에서 문화예술 기회 늘려야

10월 13일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자 수(1억1100만명)를 기록했다.음악에서 드라마까지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아이들이 문화예술을 접하고 즐길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은 개인의 감수성 신장을 넘어 문화가 융성한 사회로 나가는 토대가 되고 있다.

▲ 극단 도모가 용전중에서 연극 ‘동백꽃’공연을 하는 모습.
▲ 극단 도모가 용전중에서 연극 ‘동백꽃’공연을 하는 모습.

■ 학교 안에서 즐기는 문화예술 ‘호응’

BTS 노래 ‘버터’가 바이올린과 피아노 협주로 연주되자 아이들이 들썩인다.익숙한 리듬을 클래식으로 접하니 색다른 느낌이다.홍천 명덕초 6학년 이태경 학생은 “클래식은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직접 들으니 좋다.아는 노래도 많이 나와서 진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일 명덕초 5·6학년 학생 43명은 체육관에 모여 1시간 정도 클래식 공연을 즐겼다.클래식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쏭토피아’ 팀의 공연으로 ‘울게 하소서’,‘오 솔레 미오’ 등 유명 가곡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해설하고 불러주니 학생들도 집중한다.‘학교로 찾아가는 예술한마당’ 공연을 신청한 지옥경 교사는 “면 지역이라 아이들이 문화경험을 할 기회가 적은데 코로나19 때문에 더 줄었다.교과서에서 배운 악기의 연주를 직접 듣는 경험은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학생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강릉 한솔초는 학교 안 공간을 활용해 미술관을 만들었다.그림을 주기적으로 교환하고,전시해설가가 직접 학생들에게 그림 설명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 안 작은 미술관’ 사업에 신청했다.그림은 한국화가협동조합 소속 화가들의 작품으로,기증받아 설치됐다.덕분에 중앙현관과 교장실을 잇는 복도는 페인트칠도 새로 하고 미술관으로 변했다.

전영희 교사는 “미술에 관심이나 있을까 싶던 아이들이 가만히 서서 그림을 들여다보고,복도를 뛰다가도 미술관을 지날 때면 살금살금 걷는다.점심시간마다 미술관을 찾는 아이도 있다.각자의 방식으로 미술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 미술관과 함께 미술사 수업도 진행했다.렘브란트,밀레,마티스,모네,고흐 등 17~20세기 유명 화가들을 주제로 5·6학년에게 도슨트 수업을 진행한 것이다.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더 듣고 싶다는 학생들의 강한 요청으로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수업이 진행된다.전 교사는 “점점 예술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지금의 경험이 오랫동안 아이들의 마음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솔초의 작은 미술관 도슨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
▲한솔초의 작은 미술관 도슨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

■ 문화예술교육,학습능력에 긍정적 영향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의 정서발달에도 큰 영향을 준다.OECD교육연구혁신센터에서 2013년에 발표한 ‘예술교육의 효과성 연구’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은 언어,수리,외국어,IQ,관찰능력,문제해결능력 등 전반적인 학습능력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미국,호주,독일,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한다.미국은 ‘턴어라운드 아트(TurnaroundArts)’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학,공연,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한다.독일은 ‘모든 아이들에게 악기,춤,노래를’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초등 1,2학년 학생들에게 악기 연주,춤추기,노래하기 중 하나를 선택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프랑스는 ‘초·중·고등학교 예술의 날’을 운영해 모든 학생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고,학생간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베네수엘라의 국립 음악교육재단인 ‘엘 시스테마’는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기적의 오케스트라’라고 불리며 영화까지 만들어졌고,세계 여러 나라에서 ‘꿈의 오케스트라’가 창단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김세훈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는 “문화예술 활동은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자존감과 주체감을 향상시킨다.학생들에게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주변과 소통하게 하고 사회로 나가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쏭토피아 공연팀이 명덕초에서 클래식 공연을 하는 모습
▲쏭토피아 공연팀이 명덕초에서 클래식 공연을 하는 모습

■ 문화예술 인프라 부족은 과제

문제는 강원도의 문화예술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통계에 따르면 강원도내 공연장 수는 81개로,전국 하위권이다.서울 777개의 1/10 수준이다.공연건수도 연 228건(2019년 기준)으로 서울 4,303건에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인프라가 부족하니 실제 공연을 보는 사람도 적다.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통계를 보면 2019년 강원도민의 문화예술행사 관람횟수는 연 7.2회로,17개 시·도 중 밑에서 3번째를 차지했다.코로나19 이후 그마저도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학교가 아니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강원도교육청은 전문 공연단체의 공연을 학교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한마당’ 사업을 2019년부터 운영했다.올해는 21개 공연단체가 도내 초·중·고 100곳(102회 공연)에서 공연을 펼치는데,신청학교가 200곳을 넘어 경쟁률이 2:1을 넘었다.강원도 전체 학교의 1/3 정도가 신청한 셈이다. 공연은 방역 수칙에 따라 50명 이하로 관람객을 제한했고, 공연팀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학교 안 작은미술관’은 지난해 10개 학교 지원에서 올해 20개 학교로 늘렸다.전시를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직접 그림을 그리고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신청했던 학교에서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올해 학생들의 작품은 11월 23일부터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지난 9월 1일에는 강원도교육청과 춘천·원주·강릉 문화도시지원센터가 업무협약도 맺었다.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내실있는 문화예술교육을 하기 위해서다.도교육청 기획조정관 장웅성 장학사는 “읍면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교일수가 적었던 도시지역에서 원격수업기간 동안 학생들의 정서적 결핍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학생들의 심리·정서를 지원하면서 지역 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문화예술 교육의 힘을 확인한 강원도교육청은 농협은행 강원영업본부와 협약을 맺고 ‘슬기로운 문화생활 카드’를 도내 초·중·고·특 각종학교 학생 14만9600여 명에게 지급했다.지역의 문화·예술·체육활동 관련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로,학생 1인당 10만원씩 쓸 수 있다.교육청 차원에서 도내 모든 학생에게 문화생활 전용 선불카드를 주는 것은 전국 최초인데,문화 활동을 통한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도교육청 강삼영 기획조정관은 “문화예술 교육은 아이들의 마음을 튼튼하게 하고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이를 위해 지역과 학교가 함께 하는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언제나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도교육청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민엽 jmy409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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