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황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릉사무소장
오세황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릉사무소장

코로나19는 생활상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특히 먹거리 소비 형태의 변화가 눈에 띄는데 ‘비대면 먹거리 소비’가 새로운 표준,뉴노멀(New Normal)로 굳어지고 있다.배달음식 플랫폼의 등장은 이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우리 민족은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을 으뜸으로 여길 만큼 온 가족이 모여 밥 먹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뒀다.그러나 지금은 배달 앱이 밥상을 대신하고,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유로이 시켜 먹는다.이마저도 혼자 먹는 ‘혼밥’이다.식사는 이제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로 굳어졌다.직장인들도 점심시간 편의점에서 도시락 형태의 가공식품으로 끼니를 때운다.과거 농산물을 까다롭게 선별해 밥상을 차리던 대면 식사와 대비된다.

가공식품이 범람하고 있지만 그래도 식품의 근본은 농산물이다.농부가 땅의 힘을 돋우어 농산물을 만들어 내는 본질은 변치 않았다.다만 소비 형태만 변화했을 뿐이다.이러한 변화들은 새로운 식품 안전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전의 농산물 안전이 농약,곰팡이,중금속 등을 중점으로 다뤘다면 지금은 재료 원산지,조리 과정의 위생 등을 중점 관리사항으로 여긴다.법과 제도는 가공식품의 원산지와 위생 등을 강력 규제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 안전은 돈벌이에 여전히 악용되고 있다.일부 판매업자들이 유통 경로가 불분명하거나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을 식품으로 만들고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폭리를 취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됐고 여전히 곳곳에서 이러한 범죄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근절할 묘수의 첫째는 과학적인 원산지 판별 기술 개발,둘째는 스마트한 소비자 안목이다.올해 4월 정부는 원산지 검정법 일부를 개정 고시했다.이화학분석,유전자 분석 등 기존 원산지 판별에 더해 돼지고기 항체분석을 추가 고시한 것이다.돼지고기 항체분석법은 특정 항체 유무에 따라 원산지를 검정하는 방법이다.국내 돼지 사육농가는 법에 따라 반드시 돼지열병 예방접종을 하고 외국산은 그렇지 않다는데 착안해 개발됐다.이 분석법은 단속 현장에서 단 5분 만에 원산지를 가려낸다.이를 활용해 외국산 돼지고기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판매업자들이 줄줄이 검거되고 있다.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강원지역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돼지고기 원산지 위반 범죄 검거율이 7배나 늘었다.

식품 안전의 위해 요소가 늘면서 소비자 안목도 향상됐다.요즘 소비자들은 식품 표시 정보를 꼼꼼히 확인,원산지를 따지고 각종 인증유무도 확인한다.그 중 식품 원산지 표시 제도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안전 장치다.뉴노멀 시대,식품 안전 보호 제도를 바르게 이해하고 이 장치들이 잘 작동할 수 있게 노력해 안전 밥상을 수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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