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논설위원
▲ 진종인 논설위원

강원도 최초 민자터널인 ‘미시령터널’은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완전 개통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지만 개통 초기에 도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2006년 미시령터널이 개통하기전까지 국가지방지원도인 미시령고갯길은 뱀처럼 휘어진 경사길인데다 겨울뿐만 아니라 봄까지 눈만오면 교통이 통제되기 일쑤인 ‘마의 도로’였기 때문이다.워낙 교통두절이 빈번하다보니 민자로라도 빨리 터널을 개통하기 바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김진선 도정이 인제와 속초를 통해 영동과 영서를 잇는 주요 교통로의 기능을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민자터널을 추진한 것이다.

미시령터널 개통이후 도로구조의 문제가 불거지고 급경사에 따른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예전보다 거리가 7㎞ 정도 단축되고, 소요시간도 20분 이상 줄어들자 이용객들의 만족도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개통 초기 연도별 예측통행량이 크게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한해 통행량이 500만대를 넘기도 하면서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양양구간이 개통하기 전까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원도는 터널개통후 30년이 되는 2036년까지 통행량이 예측 기준치에서 3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운영회사에 손실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익 보전방식(MRG)’으로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개통 초기부터 수십억원의 혈세를 민간업체에 지급하고 있었는데,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미시령터널의 통행량이 50% 이상 급감하면서 운영업체인 미시령동서관통도로(주)에 지급해야 하는 손실보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지역의 ‘뜨거운 감자’가 돼버렸다.

미시령터널의 총 사업비 2580억원 가운데 40%도 안되는 964억원의 자본을 투자한 민간업체에게 30년간 사업비의 1.6배에 달하는 4100억원이 넘는 도비를 손실보전금이란 명목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강원도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미시령터널분쟁판정위원회에 손실보전금 산정 방식 변경을 위한 사업재구조화 협상 조정을 요청했다.미시령터널분쟁판정위원회가 협상에 나서라는 판정을 하자 강원도는 미시령동서관통도로(주)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협상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했다.

국민연금측은 “앞으로 얻게될 수익을 포기하게 되면 연금수익률이 악화되기 때문에 ‘배임’ 등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면서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미시령터널을 이용하지 않는 대다수 강원도민들의 혈세로 ‘부당 이익’을 챙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처사다.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면서 도민과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MRG제도는 불성실하게 운영하는 민간사업자에게도 세금으로 약속된 이윤을 보장해 주는 불합리성 때문에 지난 2009년 폐지됐지만 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미시령터널에는 아직까지 적용되고 있다.강원도의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세금을 운영업체에게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민간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는 도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그런만큼 순수한 민자도로가 아닌 ‘정부지원 민자도로’를 운영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비싼 통행료와 과장된 통행량을 통한 ‘고리대금업’을 그만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끝내 사업재구조화를 위한 협상을 거부한다면 강원도는 당연히 소송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공익증진’을 내세워 일산대교 민간투자사업 대상사업 지정 및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을 통해 일산대교의 통행료를 폐지한 것처럼 강원도도 소송과 함께 ‘공익처분’과 같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교통기본권은 대도시보다 오히려 오지에 더 필요한 만큼 불공정한 협약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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