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정체·감소 지역에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미분양에 가격 하락이 시장경제의 정해진 수순이다. 그런데 근래 동해안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강릉 교동7공원에 이어 최근 교동2공원 아파트가 도내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 기록을 연이어 경신했다. 외지 투기세력 차단을 위해 1순위 청약의 경우 강릉지역 거주 1년 이상을 우선하는 제한조건을 걸었는데도 잇따라 기록을 다시 쓰는 기염을 토했다. 지역거주 제한을 하지 않고 무작위로 풀었더라면,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는 ‘광풍급’ 청약 경쟁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동해안 분양시장을 선도해온 속초와 강릉 등지에서 사상 최고액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성사되고, 신(新)고가 거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식상한 뉴스다.

아파트를 지어도 팔리지 않는 바람에 ‘미분양관리지역’으로 특별관리 되던 때가 불과 수년 전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격세지감 분양 열기다.전국 각지를 잇는 광역 철도망 확충사업이 줄지어 추진되고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바다 뷰를 가진 동해안 부동산 시장으로 외지인들이 몰려든 결과다.

소외·낙후로 대변되던 동해안이 이렇게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하는 기현상을 지켜보는 현지인들의 심사는 복잡하다. 향후 부동산 가치가 더 크게 상승할 것 이라는 장밋빛 기대의 이면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과 불안은 수도권 못지 않게 커지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장을 먼 산 불구경하듯 지켜만 보다가는 어느 순간 ‘벼락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정상적 염려까지 편승, 청약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로또급’ 청약에 당첨된 이들도 마냥 즐거울 수가 없다. 분양가 고공행진과 함께 대출 부담이 가중되면서 삶이 한층 팍팍해지는 시련의 나날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수준의 벌이라도 서울보다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상대적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동해안 거주의 매력이 부동산 시장의 호황에 밀려 사라지는 현실이 달가울 수 없는데 집값, 땅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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