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훈 동해주재 기자
▲ 이세훈 동해주재 기자

‘되살아난 4월의 악몽, 동해안을 삼켰다’.

강원도민일보 2019년 4월 6일자 1면에는 이같은 빨간 짧은 글귀와 함께 4일, 5일 양일간 동해안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폐허가 된 검은 현장 사진만이 전면으로 실렸다. 또렷하게 대비를 이룬 빨간색과 검은색을 통해 화재 당시의 참혹함과 지역 주민들이 겪었을 허망함, 허탈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지금도 신문을 보자마자 숨이 턱 막혔던 그날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3월 동해 주재기자로 발령을 받고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이 동해안 대형산불 당시 전소됐던 망상오토캠핑장의 재해복구공사 현장이었다. 망상오토캠핑장은 2019년 4월 5일 11시 46분쯤 강릉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방면으로 번져 5일 자정을 기점으로 화마에 집어삼켜진 곳이다.

당시 화마는 낭만이 가득했던 캠핑장의 클럽하우스와 한옥·리조트 시설 등 46동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첫 지역취재를 시작하던 그날, 가로막혔던 공사 현장 문이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순간에 지역 대표 랜드마크를 잃은 동해시민들의 허탈함은 얼마나 컸을까 상상을 했다. 그러나 비포장 도로를 지나 올라선 공사현장은 오히려 과거의 슬픔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채워져 가는 모습이었다.

화마에 빼앗겼던 봄을 서둘러 되찾으려는 듯 잿더미 위에는 이미 새로운 기둥이 곳곳에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단순한 복구가 아니라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마음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당시 담당자의 말이 새삼 와닿았다.

특히 이번 공사는 캠핑장 전소를 안타까워한 시민들의 기부행렬을 비롯해 지역 소재 건설장비,인력 등이 대거 투입됐고 다수의 지역업체가 하도급 및 관급자재에 참여해 한층 확대된 지역상생 모습을 보여줬다.

또 산불 재난 경각심 고취를 위해 기존 산불 피해목을 활용한 망상해안 생태관이 새로 조성된다거나, 복구공사 과정 중 화재에 더 강한 자재가 사용됐다는 점은 복구사업에 의미를 더했다. 그 결과 더욱 세련되고 안전해진 망상오토리조트는 시험 운영 및 개장 준비를 거쳐 오는 12월 중 정식 운영이 재개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결국 모든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뜻으로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역의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가 불행을 행복으로 바꾼 것인 만큼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시민들의 염원을 통해 화마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 망상오토캠핑리조트가 단순한 하나의 관광지가 아닌, 지역 전체를 하나로 묶고 동해시가 동해안권 관광의 중심도시로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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