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규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문규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나폴레옹, 알렉산더대왕, 도스토옙스키, 단테 등 세계적인 위인들도 뇌전증 환자였다.

뇌의 신경세포는 전기적인 활동을 통해 기능을 발휘하는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신경세포가 병들거나 불필요한 자극이 가해지면 신경세포의 전기활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비정상적인 전기활동이 과해질 경우 경련이 생기거나 정신을 잃는 발작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반복될 것으로 예측될 경우를 뇌전증이라고 한다. 뇌전증 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인구 150∼250명당 1명 정도의 비율로 뇌전증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병 연령대에 따라 원인도 다양한데, 신생아의 경우 선천적으로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하는 뇌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고,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뇌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청·장년층의 경우 활발한 신체 활동을 하는 연령대로써 사고에 의한 뇌손상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의 경우에는 뇌혈관 질환이나 치매와 같은 뇌질환의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상적인 과잉 전기활동으로 뇌의 일부분이 자극받는 부분 발작의 경우 팔이나 다리 등의 신체 부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하게 떨리기도 하며 또는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짓고 동작을 멈추기도 한다. 뇌의 전체가 자극받을 경우에는 일시에 눈을 크게 뜨고 온몸이 뻣뻣해지면서 쓰러지고 전신에 강한 경련이 반복되기도 하며 이 경우를 대발작이라고 한다.

전조증상으로는 팔과 다리가 떨리기 직전에 해당 부위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속이 심하게 메슥거려지기도 하고, 시야에 불빛이 번쩍번쩍하는 듯한 환시가 생기기도 한다. 환자의 20∼30% 정도가 발작 전 전조증상을 느낄 수 있다고도 한다.

발작 증세를 보인다면 우선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작 때 발생하는 경련으로 신체 부위를 자꾸 부딪쳐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방석이나 쿠션 등을 받쳐 부상을 방지해야 한다. 환자를 옆으로 눕혀서 입안의 분비물이 자연적으로 배출돼 질식을 예방할 수 있게 도와주고 넥타이나 꽉 끼는 옷들은 느슨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경련으로 떨리거나 뒤틀린 손과 발을 바늘로 따는 등의 민간요법은 발작 완화 효과가 거의 없고, 해부학 구조를 모르는 사람이 과하게 마사지할 경우 환자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대부분 본인의 발작 증상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주변에서 발작을 목격한 경우라면 이를 자세히 관찰하고 기억한 후에 병원 진료 시 발작 때의 장면을 잘 묘사해 주는 것이 진단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진단은 CT나 MRI 등 뇌영상 촬영으로 뇌의 구조적인 문제 유무를 따지고, 뇌파 검사로 뇌의 기본적인 전기활동을 체크한다. 이와 함께 기존 병력과 가족력, 증상에 대한 문진을 종합하여 진단하게 된다. 대다수는 약물치료만으로도 조절이 잘 된다. 수술은 약물치료로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뇌종양이나 뇌혈관 기형과 같은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 고려하게 된다. 병원에서 받는 치료 이외에도 매우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의 개선이다. 뇌가 피곤해지면 발작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지면서 발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에 수면 부족, 음주, 스트레스, 과도하게 환한 전자기기의 불빛 등은 가급적 피하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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