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양양 주재 취재부국장
최훈 양양 주재 취재부국장

우리가 주변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환경인 경우가 많다. 취미 등 관심 분야가 같은 경우도 있고, 정치적 성향이나 문화적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기도 한다. 취미나 취향이 다르면 나이라도 비슷해야 대화가 이어지고 만남의 자리도 자연스러워지는 게 일반적이다.

초년기자 시절, “기자마저 현실에 안주하고 매너리즘에 빠진다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사회의 어두운 그늘은 누가 비춰주겠냐”며 기자로서의 ‘나태’를 경계할 것을 조언해 주신 선배도 계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에서는 물론 취재의 대상도 나와 비슷한 연령층이거나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대부분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책 한권 때문에 인연이 된 김석기 양양청년협동조합 이사장과의 만남은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제 마흔을 갓 넘긴 김 이사장은 지난해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이 6명을 모아 양양청년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이들이 양양에 오게 된 인연과 정착하게 된 계기, 양양에서의 삶 등 각자의 사연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 ‘양양에 살러 왔는데요…’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 발간을 계기로 만나게 된 김 이사장은 나이 보다 훨씬 세상의 많은 일을 경험했다. 광고대행사 AE, 대기업 브랜드마케터는 그가 서울서 가졌던 직업이고 서른다섯에 고향으로 내려온 후에는 관광두레사업 PD,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매니저 등 생소한 이름의 직업부터 공공근로사업, 복지시설 운전기사 등 그 나이 젊은이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일도 해봤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양양청년협동조합을 결성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 지역서 벌어지는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조합을 결성하게 된 계기라고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 유튜브 채널 운영자, 요리사, 공방 대표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양양청년협동조합 구성원들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고민하고 있는 분야가 “버려지는 서핑보드를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다. 대부분 서핑이 인연이 돼 만난 이들은 “서퍼들이 ‘비치클린’ 활동을 하며 환경보전과 보호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버려지는 폐보드에 대한 고민과 대안은 없었다”고 토로한다.

양양에 있는 100여개 서프숍 마다 매년 5∼20여개의 폐보드를 배출한다고 볼 때 양양에서만 매년 1000개 이상의 서프보드가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어떻게든, 무엇이든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김 이사장은 조합원들과 함께 보드에 그림을 그려 넣어 장식이나 인테리어 소재로 활용하기도 하고 테이블, 의자, 벤치 등 가구로 재탄생 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폐서프보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위해 최근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금해 사업을 추진키로 해 관심을 모았었다.

비록 계획했던 모금액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조합원들은 우선 폐서프보드로 벤치를 만들어 송이조각공원 어린이 놀이터와 청소년들의 스케이트보드 교습장인 양양보드 파크, 서핑스팟인 인구 죽도 버스정류장 등에 기증할 계획이다.

대통령 선거에다 지방선거까지 앞둔 올해는 특히나 ‘지방자치’의 중요성이 새삼 관심이 되고 있다. “우리지역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양양협동조합의 출발점이자 지향점은 결국 자치분권시대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자 자세일 것이다.

임인년 새해, 양양청년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의 활동을 응원하며,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 지역에서 느끼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그러한 열정이 지역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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