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순녀 할머니
▲ 박순녀 할머니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았나 싶어. 왜 이런 세월이 찾아왔을까”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사는 전국 최고령 할머니는 요즘 세월이 야속하다. 1909년 출생으로 올해 113세를 맞이하는 박순녀 할머니는 백년 넘게 살아오면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모두 겪었지만 코로나19처럼 삶의 방식이 완전히 뒤바뀐 것은 처음이라며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세상으로 변한 데에 큰 아쉬움을 표했다.

설 명절을 하루앞둔 31일 만난 박순녀 할머니의 최대 관심사는 ‘가족’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2년째 온 가족이 모이지 못 하는 데에 어쩔 수 있겠냐”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세월의 야속함을 드러냈다

일제강점기와 한민족간의 전쟁이라는 뼈아픈 한국근현대사를 모두 겪은 박순녀 할머니의 새해 맞이 작은 소망은 ‘일상의 소중함’이었다. 그녀는 “코로나19에 감염됐든 안 됐든 아픈 국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올해의 소원”이라며 “부디 임인년에는 코로나가 물러가고 행복이 찾아와 모든 국민이 평화롭게 살아가는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박순녀 할머니가 ‘전국 최고령 할머니’라는 칭호를 달게 된 배경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있다. 1950년 전쟁이 발발하면서 호적을 관리하는 행정기관이 불에 타버린 것이 원인이라고 할머니는 말한다. 당시 북한과의 휴전협정 후 할머니의 호적을 다시 등록하는 과정에서 행정기관의 오류로 1909년 출생으로 등록돼 지금의 전국 최고령 할머니가 됐지만 사실 95세라고 할머니는 주장한다. 행정상 최고령 박순녀 할머니는 “지금까지 잔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히 살아오게 된 것에 늘 감사하다. 국민 모두 안녕히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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