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성 강원도 평화협력관·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지원위원장
▲ 김경성 강원도 평화협력관·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지원위원장

지난 3일부터 6박 7일간 강원도 대표단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다녀왔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지원위원장인 나의 미션은 강원도가 마련한, 세계 50여개 국가의 눈 없는 나라 청소년들을 남북 강원도로 초청해 훈련을 지원하는 이른바 ‘동계스포츠 취약국가 선수 지원프로그램’을 홍보하고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는 일이었다. 개막 이틀째부터 나는 ‘스포츠 외교관’으로도 국가대표급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함께 각국의 IOC 위원들을 만나, ‘남북 강원도인 평창과 마식령을 오가며 훈련하는’ 2024 강원올림픽 지원사업에 대해 홍보하고 협조를 구했다.

2024 강원올림픽 지원사업이 IOC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서한문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첫번째 미션은 7일 오전 9시, 베이징 인터컨티넨탈호텔의 올림픽 본부에서 이뤄졌다. 바흐 위원장과 배석한 장홍 IOC 조정위원장은 2024 강원올림픽 지원사업에 흥미를 보이며 좋은 프로그램이라 평가하고 IOC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두 번째 미션인 리룡남 베이징 북한대사를 만나 북 강원도 마식령에서 공동 훈련하도록 협조를 구하는 서한문을 전달하는 일은 아쉽게 불발됐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자국 내 체류하는 다른 국가 외교관들을 외국 대표단과 만나지 못하도록 조처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베이징 북한대사관과 통화해 메일로 최 지사의 서한문을 보내고 원본은 우편으로 전달했다. 북쪽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유승민 위원의 협조 덕분에 각국의 IOC와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스포츠 외교에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국제스포츠계에서 막강한 영향을 가진 세르미앙 응 IOC 재정위원장과의 만남은 대표적이다. 지난 5일 IOC 위원 전용 올림픽클럽 만찬장에서 만난 그는 2024 강원올림픽 지원사업에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며 성공을 위해 건배를 제안했다. 그는 오는 5월 강원도에서 개최 예정인 2024 올림픽 지원사업 세미나에도 참석하겠다고 했다.

장대높이뛰기의 살아있는 전설인 세르게이 부브카 우크라이나 IOC 위원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35차례 세계신기록 경신, 세계선수권대회 6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그는 2019년 우크라이나에서 국제스포츠평화상인 골든몽구스상을 받은 나와 대화가 잘 통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둘러싸고 무거운 마음으로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한 그는 누구보다도 평화를 추구하고 강원청소년올림픽의 성공과 남북 공동개최를 지지했다.

이 밖에도 나는 필리핀의 명문가인 미카엘라 IOC 위원, 케냐의 마라톤 전설 폴 터갓 위원, 폴란드 산악자전거 영웅 마자 마티나 위원, 태국 Khunying Patama Leeswadtrakul

위원, 몽골의 Buttushig Batbold 위원, 독일 NOC 위원장 Thomas Weikrt 등을 만나 2024 강원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지지와 지원사업에 대해 협조를 구했고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치러진 베이징올림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미국과 주요 동맹국 정부 대표단이 대거 불참해 한국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대회가 되었다. 정부는 애초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북-미-중이 종전선언을 협의해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는 장이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접촉이 원천 봉쇄된 삼엄한 공기 속에 축제분위기와 함께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증진시키는’ 올림픽 정신은 실종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잇단 편파 판정으로 ‘땀 흘린 노력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마저 훼손돼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시계를 되돌려 4년 전 평창으로 가보자. 극심한 갈등을 겪던 남과 북은 단일팀 구성과 공동응원, 개막식 공동입장을 극적으로 성사시켰고 지구촌 시민들은 대화합의 축제에 환호하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었다.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의 여정은 판문점선언의 결실을 보았고,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역사적인 대장정으로 이어졌다.

2년 앞으로 다가온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은 2018년에 이어 강원도가 또 한번 한반도와 세계 평화의 대장정을 이끌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IOC 위원들이 강원도의 지원사업에 공감하고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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