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는 크게 아시아와 아프리카계로 나뉜다. 코끼리는 태국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보호종인데 특히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데 태국이 ‘시암 왕국’으로 불리던 시절, 교활한 왕은 자신이 싫어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로 줬다고 한다. 왕이 준 선물을 극진히 모시기 위해 비용을 너무 많이 사용한 이 신하는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연유로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나 국제행사 후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유지비만 많이 들어가는 쓸모없는 시설물을 ‘하얀 코끼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 스포츠대회를 개최한 후 ‘하얀 코끼리’로 전락한 경우가 많은데 2002아시안게임 개최지인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과 1조5000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들여 건설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등이 대표적이다.

‘역대 최고 대회’라는 찬사를 받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역시 매년 40억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면서 ‘하얀 코끼리’대열에 합류했다. 폐막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스키점프센터와 바이애슬론센터 등 일부 경기장의 수입은 전혀 없고, 알파인스키경기가 열렸던 정선 가리왕산은 복원과 보존을 둘러싼 팽팽한 대립 끝에 한시적 운영으로 일단락됐지만 아직까지 곤돌라는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얀 코끼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강원도는 기념재단을 만들고 올림픽스타디움 부지에 기념관을 세우는 등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고 개최 때까지 시시콜콜하게 감시·감독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작 사후활용 분야에서는 “‘하얀 코끼리’로 불리면 안 된다”며 ‘제3자적 화법’만 구사하고 있다. IOC는 ‘올림픽 유산’의 중요성을 말로만 하지 말고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지 개최지와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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