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년 도내 중소기업 대출 폭증
소상공·기업인 원금 상환일 도래
“연장 불발시 전액상환 자신 없다”
금융위 “추가연장 방안 마련 계획”
대출 증가액 2019년 대비 68%↑
지난해 대출잔액 45조 1463억원
규제 강화로 2·3금융권 이용 늘어
중소상인 실질적 손실보상 요구
“현 제도 근거 없는 보정률 적용
영업이익 감소·상환 부담 이중고”

국내 코로나19 발생 초창기였던 2020년 2월 2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국민들은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고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달라”고 강조하면서 강원도내 지자체,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distancing)’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뒤인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업종이 확대되고 강화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치명적인 경제적 피해를 안겼다. 그동안 강원도내 경제지도는 급격하게 바뀌었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언제 엔데믹(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취급하는 상황)으로 전환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난 2년여간 알게 모르게 쌓여온 ‘빚’은 이제 풀뿌리 경제의 목줄을 죄여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의 강원도내 경제를 집중 진단해본다.

■ 원금상환 초읽기…애타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인들

춘천에서 조달납품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A(57·여)씨는 최근 강원신용보증재단, 기술보증기금, 시중은행 등 대출금 연장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2020년 5월 정부의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통해 받은 1억여원의 대출에 대한 원금을 갚아야할 시기가 다가와서다. 단순히 1억여원의 대출만 있으면 추가 대출을 고민했겠지만 이미 코로나 2년여간 여러번의 자금지원 신청으로 빚은 2억원을 넘어섰다. A씨는 “정부에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연장하지 않으면 원금상환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주변 중소기업인들도 대출 연장뿐만 아니라 추가 대출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원주에서 한식 음식점을 하고 있는 B(62)씨도 곧 돌아올 6000만원의 대출 상환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초창기에 몇개월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에 종업원을 줄이기보다 대출을 선택해 가게 운영에 나섰던것마저 후회하고 있다. B씨는 “곧 괜찮아지겠지란 생각에 우선 가게부터 지키고 보자는 마음으로 대출을 받았던 것이 이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며 “올 상반기에 영업제한이 풀린다고 해도 더이상의 대출 만기연장이 없으면 모두 상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실시한 자금지원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은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대출지원에 대해 2년 거치·3년 균등분할 상환 등의 조건으로 추진해왔다. 이후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는 2020년 4월 시행된 이후 6개월 단위로 지금까지 3차례 연장됐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은행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규모는 올 1월 말 기준 약 140조원이다. 금융위원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마련된 (추가경정예산) 부대의견 취지와 방역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 추가 연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한시적 유예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예금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금융권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재연장에 대해 “다음 주에 은행권과 협의한 후 대략적인 방향을 말씀드리고 상세한 부분은 3월 중순쯤에 말씀드릴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 위원장은 “월요일(28일) 열리는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의 4차) 연장 방안에 대해 대략 논의를 해볼 것”이라며 “어떻게 할 것인지 다음 주 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 2년간 도내 대출액 폭등 2·3금융권 중심 확대

27일 본지가 한국은행 강원본부의 ‘강원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도내 금융기관 대출증가액은 4조1186억원으로 2020년(3조5380억원) 대비 5806억원(16.4%) 증가했다. 2019년(2조4461억원)과 비교하면 1조6725억원(68.3%) 늘어난 금액이다. 대출잔액은 지난해말 45조1463억원을 기록, 전년(41조277억원)대비 4조1186억원(10.0%) 증가했다. 특히 강원도내 대출증가세는 시중은행의 대출규제 강화로 제2·3금융권 등의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 옮겨갔다. 2020년 강원도내 대출증가액은 예금은행이 1조8401억원, 비은행취급기관이 1조6979억원으로 시중은행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졌으나 지난해에는 예금은행 1조548억원, 비은행취급기관 3조637억원으로 시중은행 규모는 7853억원(-42.6%) 감소했으나 비은행취급기관은 1조3658억원(80.4%) 급등했다. 지난해말 기준 대출잔액은 예금은행은 23조8863억원으로 전년대비 4.6% 증가했으나 비은행취급기관은 21조2600억원으로 16.8% 급등했다.

도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증가해 정부의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조치 연장이 불발될 경우 더욱 큰 위험으로 다가올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말 기준 도내 금융기관 중소기업대출잔액은 18조4857억원으로 전년동월말 대비 15.9% 증가, 전국 중소기업대출 증가율(15.1%)보다 소폭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예금은행 대출잔액은 12조4626억원으로 같은기간 6.8% 늘어났으나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잔액은 6조231억원으로 40.7% 폭등했다. 최근 도내 금융기관 중소기업대출증가액은 3분기 7월 2132억원, 8월 2177억원, 9월 2031억원으로 2000억원 초반대를 유지하다 4분기 10월 1758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11월 2900억원, 12월 2670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도내 금융기관 가계대출은 지난해말 기준 23조6888억원으로 전년동월말 대비 5.8% 증가했다. 예금은행의 경우 10조8334억원으로 같은기간 2.2% 증가에 그쳤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12조8555억원으로 9.1% 늘어났다. 신용대출 등 기타가계대출만 보면 예금은행은 4조6505억원으로 같은기간 0.1% 줄었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9조2645억원으로 5.9% 늘었다.

■ 폐업조차 사치…직접 지원 확대 불가피

강원지역은 대기업보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 관광 및 숙박·음식점업 비중이 높아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증한 중소기업 대출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강원도내 100대 생활업종 사업장수는 9만3746곳으로 전년동월(8만9078곳) 5.2% 늘었다. 2년 동안 빚을 내 버티며 상환 연체율과 폐업률이 낮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자영업자들은 만기 연장과 함께 실질적 손실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중소상인 단체는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손실을 감내하고 있는 중소상인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소상공인법 개정으로 마련된 손실보상제도는 지난해 7월 1일 이후 손실만 보상하고 있고 피해의 80%만 인정하는 합리적 근거 없는 보정률을 적용해 문제”라며 “결국 중소상인들은 정부의 거리두기·영업 제한으로 인한 영업이익 축소와 부채 급증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중소상인 대출금 상환유예 조치 연장 △미흡한 손실보상 개선과 실질적 지원 확대 △폐업신청 시 채무 상환 경감 지원 등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앞서 도내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11일 열린 강원도 비상경제대책 확대회의에서도 강원신용보증재단-기술보증기금간 협업을 통한 대출 확대, 노란우산 2023년까지 연장 등을 적극 건의하기도 했다. 천세복 강원경제단체연합회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도내 경제인들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그야말로 버텨내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의 판로 확대, 전세버스업계 등 관광·여행업계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마련과 함께 다양한 지원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김호석 kimhs8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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