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길 해양시집 ‘주문진’

▲ 시 ‘뱃사람 홍성돈 형’ 편에 수록된 사진.
▲ 시 ‘뱃사람 홍성돈 형’ 편에 수록된 사진.
“뱃전 밖으로 추락한 젊은 구명의 비명이여 / 당신은 어디쯤의 물목을 건너는가 / 푸른 하늘 아래 말라가고 있다 부서지고 있다 (시 ‘강원수리조선소에서’)”



이윤길 시인은 바다사람이다. 어선, 상선 1급항해사이자 요트항해사, 선박위생사다. 등대문화해설사이기도 하고 해양환경을 살피는 국제과학옵서버다. 그가 먼 바다를 돌아 다시 닿는 곳은 늘 주문진이다.

이 시인의 새 시집 ‘주문진’을 펴면 바닷바람이 분다. 절벅거리는 고무장화 속 발걸음, 쉴새 없이 회를 치는 고무장갑 속 손놀림이 펼쳐지고 비릿한 수족관 냄새 같은 것들이 올라온다. 바닷가 사람들의 주름과 거친 말씨 사이에 파도가 치면, 시인은 그 풍경을 시로 옮겼다.

지난 해 8월 펴낸 ‘파도詩편’에 대양 한 가운데에서 대자연과 마주한 선원의 결기를 담았다면 이번 시집은 정든 고향에 정박하며 보낸 시간들로 채웠다.

각 시편에는 주문진 사람들과 장소들이 그대로 들어있다. ‘뱃사람 홍성돈 형’, ‘영순 씨 그녀’, ‘주문진수산시장 혜숙 씨’ 같은 시들을 통해 그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시 속 영순씨에게는 “굽은 손 이리저리 주무르다 / 아이 방 보일러 올리고 나온 / 그녀의 시작은 바다이다”, 홍성돈 형을 보면서는 “만선으로 뱃전이 가득차면 사내는 / 조금은 더 따뜻한 얼굴을 가질까”라고 생각한다.

바다로 채워진 식탁 위에서도 삶을 향한 비유가 출렁인다. “동성호 식탁의 초고추장은 흘려놓은 심장 같다”(시 ‘동성호 초장집에서’)거나 “하루하루는 해독할 수 없는 수산시장 전복치 등무늬 같다”(시 ‘수평선횟집 수족관의 사유’)는 문장들이 그렇다.

영진항, 워커힐다방, 다경횟집, 청솔공원, 소돌해수욕장, 삼교리옛날막국수집 등의 지명과 장소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더해져 리얼리즘을 더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주문진을 시 속으로 불러 오는 것은 나의 순정”이라며 “웃고 울며 기억하며 바다를 떠다니는 동안 주문진은 나침반 앞의 등대였다”고 고백했다.

이윤길 시인은 주문진수산고와 강원도립대 해양산업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해양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해양문학상 시 부문 대상, 소설 부문 우수상,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대상, 바다의날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소설도 쓰는 그는 여러 권의 해양시집과 창작집을 냈다. 전작 ‘파도詩편’은 ‘파도 1’부터 ‘파도 60’까지 같은 제목의 시 60편을 통해 망망대해 위 시공간과 생명 이야기를 펼치는 등 해양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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