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 동해주재 기자
이세훈 동해주재 기자

여러모로 ‘역대급 대선’이다.

2018년 국회 출입기자로 활동하면서 각종 선거 때마다 “누가 될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받아왔다. 그 자리에서는 항상 답을 피했지만 한 명의 유권자로서, 기자로서 당시 분위기와 주요 키워드 등을 따져보며 머릿속으로는 결과를 예상해 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당선자의 ‘색상’ 정도는 꽤 들어맞았다. 노동운동가 출신 노회찬 전 국회의원 별세로 치러진 2019년 보궐선거의 경우 자연스럽게 ‘포스트 노회찬’이란 키워드가 대중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어 노동자 비중이 높은 지역의 ‘진보진영 단일화’는 표 균열 없이 정의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에 마침표 역할을 했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했다. 대통령 탄핵이 피운 장미대선 이후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이어진 매서운 ‘진보 바람’.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 치러진 총선은 승패를 떠나 ‘몇 석’이 주요 키워드가 됐고, 결국 ‘180석’이란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별세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2021년 보궐선거는 21대 총선과 ‘색’만 다를 뿐 결은 같았다. 진보 정치권을 향해 사뭇 달라지는 청년들의 시선, 대선을 앞두고 다시 결집하는 보수. 결국 보궐선거도 ‘몇 %’가 핵심이 됐고, 서울·부산 모두 보수가 각각 57.5%·62.6%를 득표하며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끝까지 안갯속을 걷는 듯하다. 그동안의 대선에서는 여권은 ‘정권 재창출’을, 야권은 ‘정권 교체’를 내세우며 각 진영 기조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향의 인물을 후보로 앞세웠다.

하지만 이번 거대 양당 후보들은 당 내부에서도 잡음이 컸던 만큼 나름 파격적 선택이었다. 후보별 네거티브를 떠나 국민에게도 ‘이 사람이?’란 신선한 의문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그렇기에 대선 정국 막판 진영별 단일화가 진행됐음에도 섣불리 유·불리를 판단할 수 없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접전 양상이 이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얽히고설킨 정치적 이해관계는 투표까지 많은 고민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그 고민이 이번 대선에서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그만큼 정치 판세를 분석, 해석하는 국민들의 정치 인식 수준이 더욱 성장했음을 증명한다. 또 역설적으로 정치권에는 “국민들과 발맞춘 성장을 이뤄냈는가”란 질문에 자성할 필요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누가 되든 미래가 밝을 것 같지 않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마당에 정치권은 이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사전투표, 1차전은 끝이 났다. 오랫동안 엄격히 평가하고 신중히 고민해 온 결과를 투표로소리 높여 외쳐야 할 때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오는 9일 자신만이 설 수 있는 작은 공간과 그 안에 마련된 7㎜ 직경의 작은 동그라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중적 의미로 비하된 ‘역대급 대선’을 풀어낼 정설(定說)의 ‘역대급 국민’들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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