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달빛연가’ 등 12곡 수록

원주 출신 트로트 가수 조명섭이 첫 정규앨범 ‘마이 송즈(My Songs·사진)’를 최근 발표했다.

조명섭의 이번 앨범은 기술과 감성 모두를 놓치지 않았다. 비슷한 곡조와 멜로디의 트로트곡이 유행하는 흐름을 깨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새’, ‘나무’, ‘백일홍’ 등 현대 가요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자연물을 소재로 쓴 가사는 옛 감성을 살리는 동시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앨범은 ‘정거장에서’, ‘사랑의 꽃’, ‘시간을 오르는 계단’, ‘강원도 아가씨’등 12곡을 수록했다. ‘현인의 환생’, ‘전통가요 지킴이’, ‘인간 축음기’ 등 그간의 수식어를 떼어내고 오롯이 ‘조명섭’이라는 아티스트를 새로이 바라보게 만든다. 이중 9곡의 작사·작곡에 조명섭이 직접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정체성도 다졌다.

타이틀 곡 ‘달빛연가’는 밤하늘의 달을 보며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전주에 이어 듣는 이를 압도하는 도입부의 말투와 음색, 연주는 힘든 시기를 겪은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조명섭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사랑의 꽃’은 조명섭이 15세 무렵에 아코디언으로 창작한 왈츠 곡으로 최근에 가사를 붙였다고 한다.

‘강원도 아가씨’, ‘서교동을 걸어갑니다’, ‘그대’ 등의 곡은 빠른 리듬이 아니지만 절로 흥겨움이 일어난다. 정확한 박자 연결과 매끄러운 음색이 귀에 착착 감긴다.

숨겨진 명곡 ‘꽃 피고 새가 울면’도 빼놓을 수 없다. “정처 없이 떠돌다가/그때는 돌아가리라/꽃 피고 새가 울면”이라는 서정적 가사에 재즈적 느낌을 더한 연주가 인상적이다. 전통가요의 맥을 지키면서도 따스한 감성과 추억을 선사하는 조명섭의 중저음 바리톤 발성은 한 편의 흑백영화 혹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악을 떠오르게 한다.

한 편의 영화와 시를 읊어주는 듯한 조명섭의 진심 어린 목소리는 삶과 추억이 담긴 과거와의 연결을 통해 자신만의 항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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