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을 미쳐 녹이지 못한
헐벗은 들녘에
울컥, 봄볕이 몰아친다
감당치 못할
따사로움을 피해
어지러이 고개를 돌려본다
핑, 돌아 주저앉아
고개를 감싸 안고 귀를 막아본다
겨우내 동여맨 가슴팍 풀어헤쳐
막 움트려는 목련의 포슬한 몽우리를
닫아, 붙여 걸어주고
여기 이 자리에
망부석이 되어도 좋을성싶은
얄궂게도 화창한 봄날이다
움트고 싶지 않아도 움터야 하는
이 땅의 모든 생명들에게
축복을
또 그렇게 뜻 모를 사계절을
꾸역꾸역 살아낼 그대에게도
축복을
이토록 눈물겹게 화사한 봄날에
나약하고 고단한 여인의
불손한 푸념에도
부디 축복 있기를
모쪼록,
울컥한 봄날에 행복 꽃
왈칵 쏟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