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대선자문단 지상 좌담회

초박빙 접전(0.73%p)으로 펼쳐졌던 20대 대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념과 세대, 젠더 갈등까지 증폭되면서 선거 후에도 분열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지는 본지 대선자문단과 20대 대선 결과와 의미 등을 분석한 지상좌담회를 마련했다.


■ 참석자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김태규 한림대 금융재무학과 교수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 실장
△전창대 (주)더픽트 대표 <무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번 대선 결과 의미 어떻게 보나.

△안병진=“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 속에서 박빙과 역대 최대 무효표의 의미는 정치 양극화의 위기를 보여준다. 국내외적인 뉴노멀에 걸맞은 새로운 비전과 태도의 질서가 아니라 아직 과도기 정치질서임을 확인시켜줬다. 낡은 질서는 퇴조해가는데 새로운 질서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 이행기 선거였다.”

△엄경영=“‘조국사태’로 상징되는 정부여당의 내로남불을 심판한 선거로 규정할 수 있다. 특히 2030 상당수가 정권심판 대열에 가세함으로써 야당으로 정권을 교체했다. 이번 대선은 60대 이상과 2030 일부가 ‘보수 연합전선’을 이뤄 야당의 승리로 기울었다.”

△김태규=“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대한 적극적 지지라기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결과로 본다. 문재인 정부 대 반문재인정부, 민주당 대 반민주당 구도의 선거였으며 야당 후보의 정치경험 부족 등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으로 탄생한 정부가 불과 5년 만에 교체된다는 것은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권 심판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정책 실패다.”

△전창대=“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20대가 둘로 나뉘었고, 수도권과 지역의 온도차는 더 높아졌다. 도내 커뮤니티에서 확실히 느꼈던 점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던 분들이 같은 정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가 꽤 있었다. 강원도 청년창업가들, 지역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2030세대 청년들은 주거와 일자리 문제에 불만이 많았다.”

△윤태곤=“결국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이냐로 단순화시켰을 때 전자의 에너지가 컸던 것이다. 막바지 여당 지지층 결집도 눈에 띄었지만 정권재창출 에너지가 커질수록 이에 대항하는 정권교체 에너지도 커졌다.”

-헌정사 최소 득표차(0.73%p)의 배경은.

△전창대=“대장동 논란, 배우자 리스크, 야권 후보 단일화 변수 등은 대선 막판까지 후보 결정을 망설이게 했다. 매일 언론에선 계층, 이념, 지역, 세대, 젠더 등 온갖 갈등이 넘쳤다. 누구도 선택하기 어려웠던 유권자의 마음이 적은 득표차로 나타났고,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이 조금 더 많았다. 연령층을 좁혀보면 춘천, 원주, 강릉 등 도심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급등한 집값과 높아진 금리(은행 이자)에 불만이 많았다. 이런 점이 지역 내 2030세대의 윤석열 후보 지지세가 높은 이유라 생각한다.”

△김태규=“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실정을 심판하고 싶지만 윤 후보 선택에 주저하는 유권자들이 많아 최소 득표차로 나타났다고 본다. 윤 후보 투표자를 대상으로 한 지상파 방송 3사의 심층 출구조사 분석에서 48.4%가 후보로서 불만족스러웠지만 뽑았다고 답변했다.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윤 후보 투표자의 상당수는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엄경영=“얼핏 이번 대선은 완전한 승자도, 완전한 패자도 없는 ‘이상한 선거’처럼 보인다. 둘 다 패배했다거나 모두 승리했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단 1표 차이든, 두 배 차이든 승자와 패자는 명백하다. 우선 국민은 문재인정권을 심판했다. 촛불 이후 2017년 대선에서 문 정부는 ‘대한민국 리셋’이란 큰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각종 대내외 악재와 코로나19, 부동산 논란으로 큰 실망을 안겼다. 다음으로 국민은 역대 최소 격차를 통해 차기 정부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젠더 갈라치기 선거전략,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 네거티브 선거운동 등에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안병진=“이번 대선은 기존 문재인 행정부의 내로남불, 부동산 등에서 문제해결력 미흡 등에 대한 분노가 강해 미래 비전 전망 투표가 아니라 정권 심판이라는 회고적 성격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정과 상식을 새 시대정신으로 내세운 윤 당선인이 미래 전망과 대통령다운 태도를 잘 보여주지 못함으로 인해 심판에 국민들이 강한 힘을 몰아주지 못하고 신승 정도에 머물렀다.”


-20대 남성은 윤석열, 20대 여성은 이재명 지지로 청년 성별 표심에도 양극화가 표출됐는데.

△엄경영=“세대는 종종 동년배집단(cohort)으로 불린다. 세대는 ‘또래집단’으로 동일한 역사적 환경에서 자라 생각이 비슷하다. 정치적으로도 유사한 투표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세대인 20대에서 성별로 표심이 정반대를 보인 것은 역사상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유럽, 미국 등에서 종종 나타나는 ‘정체성 선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젠더이슈’는 주로 ‘20대 남자(이대남)’에서 주로 나타났다. 다만 선거기간 이대남은 윤 후보를 지지했지만 ‘20대 여성(이대녀)’은 이 후보로 결집하지 않았다. 이대녀는 윤·이 후보 외에 안철수·심상정 후보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윤·안 후보 단일화 이후 이대녀 상당수가 이 후보 지지로 선회하면서 박빙 승부를 펼쳤다. 결국 20대 표심은 젠더 선거였던 셈이다.”

△윤태곤=“이번 선거를 보면 윤 당선인이 강원 영남 충청 서울에서 우위를 보였다. 기존 지역구도로 보면 득표율도 압도적이어야 했는데 0.73%p 우위에 그쳤다. 이는 세대별, 젠더별 균열 구도가 기존의 지역 구도만큼이나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됐다는 뜻이다. 윤 캠프에서 이른바 이대남의 존재감이 강해지면서 여혐 논란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이른바 이대녀들이 그대로 이 후보에게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왜 이대남들은 자기 존재감을 내세우면서 결집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전창대=“여성가족부 폐지 등 선거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후보들의 정책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대립되는 현상 등 젠더갈라치기 영향이 컸다. 특히 정당 주요인사들의 SNS를 통한 의견이 2030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대가 60대와 같은 수준으로 정권교체 열망이 컸다. 2030세대 남성을 겨냥한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이 오히려 반작용을 가져왔다.”

△김태규=“어느 사회나 젠더 간 갈등이 존재하나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20대 남녀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라 생각된다. ‘이대남’ ‘이대녀’ 논란과 관련 공약 등 정치권의 조장에 의해 갈등이 크게 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갈등이 격화될수록 남녀 모두 결집하는 양상을 보여 정작 대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젠더 갈등을 선거 전략으로 계속 이용하려는 쪽은 오히려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병진=“한국 사회의 코리안 드림 종언 속에서 그간 일부 20대 남성들이 주도해온 피해자 의식을 정치적으로 야비하게 동원한 이준석 현상이 이번 대선에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비록 단기적으로 윤석열의 추락을 막고 20대 진보 지지세를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지나친 오버로 백래시(사회 변화의 반발심리)가 생겼다. 20대 여성층은 거대한 반(反) 여성주의의 트럼피즘 발호를 막기위해 민주당에 비판적 지지표를 던진 것이다. 이는 곧 일부 여성들의 심상정에 대한 지못미 운동으로 지금 나타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새 대통령이 보다 포용적 민주주의 가치를 내면화하지 않으면 이 내전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기간, 이념·세대·젠더 갈등이 증폭됐다. 새 정부의 국민통합 행보 어떻게 해야할까.

△김태규=“초박빙의 선거결과가 보여주듯 극심한 갈등 속에서 나라가 반반씩 나뉜 상태이다. 승리한 쪽에서는 실익없이 극심한 갈등만을 초래한 공약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여성가족부 폐지’공약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6월 지방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국민통합 요구보다 선거에서의 득실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안병진=“결국 새 대통령이 국무총리, 비서실장, 통일부 장관 등 주요 인사에서 얼마나 국민통합의 관점을 녹이는가가 첫 시금석이다. 과거 비서실장과 통일부 장관에 놀랍게도 국민 예상을 뛰어넘은 김대중 대통령의 첫 인선의 놀라움에서 지혜를 얻어야 한다.”

△윤태곤=“지지율 격차가 역대최소이고 여소야대 환경이 있기 때문에 국민통합, 협치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국정 운영자체가 불가능하다.”

△엄경영=“이제 여소야대로 정치지형이 바뀌었다. 여야 협치 없이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윤 당선인은 정치 입문 9개월 신인이다. 그만큼 국민의힘을 포함한 정치권에 부채가 없다. 인수위, 청와대 참모진 구성, 초기 내각 등에 협치·통합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인재등용이 필요하다. 다만 책임정치·정당정치와 조화는 윤 당선인의 과제다.”


-차기 지방선거, 흐름 어떻게 진단하나.

△안병진=“비록 민주당이 박빙으로 져서 지방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현재로 보아 새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줄 가능성이 높다. 단 새 당선인이 인수위, 합당, 주요 내각 내정자 등에서 권력다툼과 혼란 등을 겪으면 국민들의 견제 심리가 조기에 발동해 일부 지역은 승부를 알수 없는 혼전이 생길 수 있다.”

△엄경영=“6월 지방선거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의 데자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지역별 득표현황을 보면 인천, 경기, 세종, 제주에서만 이 후보가 앞섰고 다른 지역에선 윤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더욱이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선보다 최소 10%p 이상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이 후보가 앞섰던 4곳에서도 민주당 승산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강원도 역시 기초단체 18곳에서 모두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다. 다만, 지역별 특징과 구도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고, 중선거구제를 혼용하고 있는 기초의원은 일부 민주당 소속도 당선될 수 있을 것이다.”

△윤태곤=“이번 선거에서 보면 호남과 경기인천을 제외하곤 윤 후보가 득표율 우위를 보였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퇴임 후 약 한달만에 실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 대통령의 평가는 취임 후가 아니라 당선 시점, 인수위 운영 등에서부터 나타난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김태규=“양당의 차이가 0.73%p에 불과하지만 집권 초기의 새 정부에 대한 지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대선에 승리한 집권당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앞으로 두 달 간의 인수위 활동과 취임 후 첫 달의 구체적 정책 발표에 따라 민심이 급격히 변할 수 있는 불안정 요인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강원도에서는 윤 후보가 크게 선전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은 무척 당혹스러울 것이다. 민주당이 강원도의 보수화 경향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다면 강원도 지방권력의 교체가 예상된다.”

△전창대=“경제 활성화와 교육 인프라에 민감한 지역 특성상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전염병으로 의무교육마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이 현실을 이겨낼 후보가 당선돼야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여소야대 정치구도를 고려해 정당보다는 후보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박지은·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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