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애니고 단편만화집·콘티북
로맨스·트라우마 등 다양한 소재
“고교생 삶·정서 날 것 그대로 표현”

김가현, 김민성, 김아진, 박주선, 석수아, 성시언, 심연경, 윤예나, 이소영, 이지민, 이하늘, 장지은, 장한비, 정서윤, 표하늠, 한다을, 심서연, 채리.

만화콘텐츠 단편집 ‘열여덟 우리는 사랑을 이렇게 얘기하지’를 만든 18명의 작가는 모두 강원애니고 재학생들이다. 강원애니고는 만화, 애니메이션, 방송영화 분야에 뜻을 둔 전국 문화콘텐츠 영재들이 모인 특성화고교다. 날아올라 출판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이 학교 창작단과 편집기획단이 머리를 맞댔다.

작품집은 10대들의 고민과 상상력, 날것으로 칠해진 수많은 색깔로 들어 찼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만든 청소년콘텐츠가 아니라 진짜 10대 작가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고 그렸다. 진로와 취향을 찾아가는 일상부터 판타지 로맨스까지 다양하다. 기성세대에 경고를 보내기도 하고, 가정·학교폭력의 트라우마를 표현하기도 했다.

세계 평화를 전하는 작품을 그리고 싶은 학생(윤예나)도 있고 참신하고 어이없는 작품을 창작하고 싶은 학생(석수아)도 있으며,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중인 학생(이지민)도 있다. 짧은 작품설명에서도 개성이 드러난다.‘언젠가 시작될 이야기의 서곡’(장지은)이라거나 ‘ 끔찍한 기억들을 대하는 나만의 방식을 표현하고 싶었다’(성시언)는 등의 문구가 작품을 대하는 학생들의 진심을 보여준다.

▲ 강민 작가의 캐릭터 디자인 과정 일부.
▲ 강민 작가의 캐릭터 디자인 과정 일부.

아직 미숙하다는 편견 속에 기존 출판계 바깥, 서브컬처에 머물렀던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시도이기도 하다.

출판프로젝트를 지도한 구성호 교사는 “다소 낯설겠지만 주류 서사가 보여주지 못한 고등학생들의 삶, 의식과 정서를 비릿함 감추지 않은 날 것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또 “깊은 주제의식으로 긴 서사를 다 감당해 낼 역량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 심연경 작, ‘해피할로윈’ 일부.
▲ 심연경 작, ‘해피할로윈’ 일부.

교사의 바람대로 서사를 이끌어갈 역량을 어떻게 키워나가는지 볼 수 있는 또다른 책도 함께 나왔다. 애니고를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국 칼아츠(CalArts), 세종대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동문 강민, 이지우, 김민지 작가가 재학생들과 동참한 콘티북 ‘애니, 살아 숨쉬는 세상을 꿈꾸다’이다. 작품 9편의 기획과 스토리텔링, 캐릭터 개발, 세계관 구축 등의 창작과정을 결과 영상링크(QR 코드)와 함께 실어 독립 애니메이션의 창작 과정과 매력을 느끼도록 했다.

대중 시각에 맞추기 보다 독창성과 상상력에 기반해 만들어 가는 학생 독립 애니메이터들의 내러티브에 귀 기울여볼 수 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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