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던 2년 전 ‘존버교’ 창시를 선포하며 유쾌함을 드러냈기에, 그가 세상과 작별했다는 소식은 거짓말처럼 들렸다. 금방이라도 SNS에 촌철살인의 글을 올릴 것 같은데, 오늘이 벌써 발인일이라니 소설 속 이야기만 같다.

지난 25일 이외수 작가는 대표작인 ‘꿈꾸는 식물’ 무대인 춘천에서 눈을 감았다. 8년 전 위암 2기 판정으로 수술을 받은 뒤 회복했으나 2년 전엔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하며 재활에 힘써 왔다. 올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으며 투병 중 숨을 거뒀다. 빈소에는 많은 친구가 다녀갔다. 그의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벗들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춘천에서는 그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였다. 문학은 물론이고, 예술·공연계를 포함한 문화계는 크든 작든 그의 영향을 받았다. 이외수라는 장르의 특징은 규격화된 문화, 정형화된 예술의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행으로 여겨졌던 모습도 문학적 치열함과 천진난만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스럼없는 사고와 행동은 독특한 개성으로 드러났고,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어색하게 비쳤다. 기존의 시각에서 본다면 생경하였지만, 그 자유로움은 춘천과 궁합이 맞았다. 그래서 지역 문화계에는 그의 흔적이 지울 수 없을 만큼 선명하게 새겨졌다.

세월이 지나면서 통찰력과 오지랖은 더 깊고 넓어졌다. 때마침 SNS라는 신문물이 선물처럼 그에게 왔다. 짧은 글로 소통하는 일은 매력적이었다. 때론 세상을 조롱했고, 때론 응원을 보냈다. 문학을 넘어, 독자가 아닌 대중과도 만났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경상남도 함양 태생이고, 춘천에서 문학의 꽃을 피웠다. 세상을 여행한 시간은 76년이다. 마지막은 화천과 함께 했다. 그가 명명한 화천의 큰길 이름은 ‘선등(仙燈)거리’다. 신선이 불을 밝힌 길이다. 온전한 자유를 얻은 그가 스스로 신선이 돼 선등거리를 노닐지도 모른다.

이수영 논설위원 sooyou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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