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태 강원도농업기술원장
최종태 강원도농업기술원장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원농업은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이 있다. 결코 위기는 아니다. 단, 조건은 미리 준비하여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일 때 가능한 일이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초기에는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신과 사회적 혼란,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활동의 제한과 경기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3년간 서로에 대한 배려와 호혜성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긴 터널을 지나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학습한 것이 많다. 첫째, 세계적인 위기는 언제든 찾아온다는 것, 둘째, 준비 없이 맞이하는 위기는 언제나 크고 큰 희생과 사회적 비용을 치른다는 것이다.

위기는 이미 시작돼 체감하고 있다. 위험성이 매우 클 수 있다고 인지하면서도 대응이 미흡했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상기온, 유례없는 폭염과 한파, 기록적 장마 등 기후변화다.

그중에서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평균기온 상승은 가장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전지구의 평균온도가 0.85도 상승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8도 올라 세계 평균기온 상승 속도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우리나라 기후변화 속도는 타 국가에 비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기후 조건에 가장 민감한 농업에서의 변화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6대 과일의 재배지 변동 예측 결과만 봐도 알 것이다. 우리 강원도에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주요 과일의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를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예측한 결과, 사과는 2070년대부터 배는 2090년대에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대부분 작목의 재배 적지를 나타내는 화살표가 모두 강원도를 가리키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고전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이론을 빌리자면 그동안의 강원도는 산간지역이 많고 농업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비옥도와 활용도가 낮아 가치 창출에 불리한 열등지, 한계지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평균기온 상승이 가져오는 기후변화로 인해 활용가치가 크게 향상돼 우등지로의 지위 향상이 예견된다. 즉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현재 재배하고 있는 대부분의 작목을 최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유일한 생산가능 지역으로의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해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조건 속에서 강원도 농업의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반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는 변화되고 있는 기후환경에 적합한 품목을 선정하고 기술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 ‘신소득 유망작목 도입 전망’을 발표한 데 이어 강원도에 이미 도입됐거나 도입 가능성이 높은 19개 작목에 대해 재배특성, 시장동향, 특화전략 등을 제시했다. 기술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사과의 경우 지대별 적정 품종 등 주산단지 안정생산 기술개발과 서리 등 기상재해 대응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딸기는 고랭지 기후 활용 딸기 우량종묘 생산 농가 육성과 우리 도 재배면적 확대를 예상해 작형 개발과 단지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 특성에 맞는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벼농사 경우 논물 관리로 탄소저감 농법, 바이오차(Biochar)를 활용한 농업기술 개발 및 보급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우리의 준비에 따라서 그 속도는 줄일 수는 있으나 방향까지는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미래 강원농업에 있어서 보다 큰 가치창출이 가능한 기회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지금부터 전략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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