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굴레
▲ 둥굴레

청문회 정국에서 촉발된 ‘논문(論文)’ 논쟁이 가관입니다. 장관 후보자의 고등학생 자녀가 발표한 몇 건의 논문을 놓고 ‘어찌 고등학생이…’라는 의문과 함께 ‘그들만의 리그, 스카이 캐슬에선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그럴듯한 해명(?)까지 나왔습니다. ‘논문’이 대체 뭘까요.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조조의 아들 조비였습니다. 위나라를 세워 스스로 황제(문제)가 된 그는 각종 사물의 법칙을 밝힌 전론(典論)이라는 책 중 ‘논문’ 편에서 문장을 짓는 기본자세와 문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지요.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학위 중심의 논문과는 개념부터 달랐습니다.

문학평론 성격이 강한 ‘논문’ 편에서 조비는 “문장은 나라를 다스리는 대업이며 불후의 성대한 사업이다. 인간의 수명이나 개인의 영화가 얼마나 지속되겠는가. 그 어느 것이 문장만큼 무궁할 수 있을까?”라고 했습니다. 참 멋진 표현입니다. 이 말을 빌리자면 우리 사회 특권층(?) 자녀들이 발표하거나 썼다는 논문은 세상의 조롱거리에 불과할 뿐, 조비가 말한 문장과는 거리가 멉니다. 표절과 대필 논란이 일자 열람을 차단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한 모습.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청문회 정국에서 고등학생 논문 시비를 지켜보다 둥굴레를 떠올렸습니다. 왜냐고요? 이 식물은 이름처럼 꽃과 열매, 뿌리, 잎이 모두 둥글게 생겼습니다. 같은 종끼리 경쟁하기보다는 밀생하며 공생 공존의 모범을 보여주지요. 어린잎은 입맛을 돋우는 훌륭한 식재료이며 뿌리는 황정이라 하여 각종 성인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입니다. 피로 회복과 심신 안정, 정력 강화, 노화 억제, 당뇨병 완화 및 예방 등 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효능이 많습니다. 늦가을에 뿌리를 채취, 말리고 덖어 사용합니다.

동의보감과 향약집성방 등 옛 의서에서는 뿌리를 옥죽(玉竹)이라 칭했습니다. 뿌리가 대나무처럼 마디지며 뻗은 데다 약성이 좋아 이름 붙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 빠짐이 원활한 곳에서 무리 지어 자라며 방울방울 달리는 꽃이 고급스러워 관상용으로도 인기 만점입니다. 계절의 여왕답게 한껏 치장한 5월의 숲! 열병하듯 꽃을 피운 둥굴레가 장관입니다. 굳이 약성과 효험을 따지지 않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요. 저 홀로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고 공동체를 이루는 모습이 대견하고 아름답습니다.

▲ 강병로 전략국장
▲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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