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무이사· 원주본사 본부장
▲ 상무이사· 원주본사 본부장

강원도를 아가페적으로 사랑한 시와 소설의 두 거목이 우리 곁을 떠났다. 김지하 시인과 이외수 소설가. 지난 4월 25일 이외수 소설가가 타계한지 13일만인 지난 5월 8일 김지하 시인이 세상과 이별했다. 그들은 경상도(이외수)와 전라도(김지하)에서 태어났지만 춘천과 원주에 거주하며 자신들 특유의 언어로 꽃을 피우다 꽃잎처럼 사라졌다. 유년시절 강원도로 입도(入道)해 평생을 강원도민으로 살다 강원도에 묻힌 강원도 토박이다. 개인적으로는 편집국장 시절 2013년과 2014년 연말에 두분을 만나 신년호에 실을 대담을 가졌다. 대담을 통해 독자들에게 강원도에 대한 사랑과 고언을 서슴지 않은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르고 강원도와 대한민국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과 강원도민의 자긍심을 북돋운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에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김지하 시인은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으로 유신독재에 온몸을 던진 저항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2013년 필자가 만난 김 시인은 저항시인이라기 보다는 질풍노도를 끝내고 거울 앞에선 누님같이 온화하고 세상을 달관한 노인이었다. 당시 지팡이를 짚고 가쁜 숨을 내쉬었지만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맑은 눈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생명과 평화사상에 대해 우렁차게 근원부터 설파할 때면 영락없는 철학자요 역사가였다. 김 시인은 “좋은 땅과 물이 있는 강원도는 그동안 궁예 왕건 견훤 경순왕 등 왕조사의 중심이었지만 껍질의 땅으로 소외됐다”며 “강원도가 나아갈 지향점은 어울림의 대명사인 ‘정선 아우라지’ 정신이 핵심이 돼야한다”고 밝힌 말이 생생하다. 아우라지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아우른다는 뜻으로 정선군 여랑리가 그 중심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역사가 태양의 중심에서 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는 양의 시대가 가고 음의 시대 즉 여성시대가 도래한다는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자유의 연금술사’로 시대를 풍자한 이외수 소설가를 대담하던 2014년 12월은 그가 위암수술로 항암치료를 받기위해 입원했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병실이었다. 환자에게 인터뷰한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가졌으나 이 소설가는 “내장들에게 미안하다. 위는 떠나보냈으니 사죄할 길이 없다”는 특유의 말로 어색한 자리를 친근하게 만들었다. 이 소설가는 세상을 보는 눈도, 강원도에 대한 애정도 촌철살인이었다. “지금 이 시대는 방부제마저 썩은 시대다. 그런 이 시대에 강원도가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으로서 축복이다. 내가 강원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암에 걸렸는데도 안 죽었다. 전혀 무슨 단체라든가 들어가지 않고 정말 독립군으로 아직도 쌩쌩하게 일흔의 나이까지 활동하는 것은 강원도의 힘이다”고 했다. 방부제마저 썩었다고 일갈한 이 소설가의 시대고발은 두고두고 시대의 화두가 될 어록이다.

김지하 시인은 저항시인으로 세상에 각인되고 이외수 소설가는 괴짜라는 이름으로 살다 갔다. 이들은 강원도 땅을 생활 터전으로 때론 탄식하고 때론 호통치고 때론 농담하면서 대중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시대의 선각자요, 영원히 기억될 스승이었다. 또한 두 분의 공통점인 자유분방한 생활과 생각은 암울한 시절의 시대정신이었다. 고인이 된 두 분과 짧은 시간 강원도의 현재 가치와 미래방향에 대한 담론을 신년대담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것에 감사한다. 앞으로는 김지하 이외수라는 거목을 책자나 인터넷 검색과 영상에서만 봐야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보름도 안되는 간격으로 타계하신 두 분의 사상과 가르침이 후세들에게 연면(連綿)하길 바라면서 편안한 영면을 두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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