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철학자’, ‘낭만 가객’으로 불린 가수 김광석이 눈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도저히 녹음할 수 없어 결국 술을 마시고 녹음했다는 애잔한 일화가 전하는 국민가요가 있다. 근자에 가수 임영웅이 불러 세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이다. 블루스 기타의 거장 김목경이 원곡자이면서 작사·작곡을 한 곡으로, 김광석이 리메이크 해 공전의 히트를 했다.

남녀노소, 세대 불문의 명곡이지만, 요즘 시대상으로 노랫말을 들여다보면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60대 노부부’라는 제목과 함께 그 나이에 인생이 황혼에 기울어 이별하는 가사 내용 등이 그러하다. 곡이 만들어진 1980년대에는 60대 노부부가 상례였으나, 지금은 60대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80대 노부부’ 정도로 해야 시대상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다.

바야흐로 ‘백세인생’이 현실화되는 초고령시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우해봉 박사가 이달 초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까지 5년 평균으로 사망빈도가 가장 높은 최빈사망연령은 남자 85.6세, 여자 90세로 나타났다. 사고 등으로 조기 사망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다수의 남녀가 그 나이까지 산다고 추정할 수 있는 수치다. 60대 노부부 노래가 만들어진 1980년대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67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명의 변화상이 가히 혁명적이다.

노인들의 사회 활동이 왕성해지는 것도 자연스럽다. 최근 강릉에서는 88세 노옹(老翁)이 올해 새내기 대학생(강원도립대)이 됐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건축시공 특급기사 자격증을 보유, 여전히 현직에서 뛰는 기술인이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는 101세 현역 최고령 국립공원 순찰대원이 은퇴식을 가졌다는 소식도 더해졌다. 이쯤 되면 후한서 마원(馬援)열전에 나오는 ‘노당익장(老當益壯·노익장)’의 현신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어찌하랴. 김광석의 ‘노부부’가 지금 80대가 됐으나 소득과 교육 수준에 따라 삶의 질이 천양지차이니 선진 장수국가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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