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 평화교육 눈길
운양초 러-우크라 전쟁 반대 집회
청양초 철원 소개 유튜브 영상 등
“활동 통해 평화통일 의식 함양”
안보 강조 통일교육 시대따라 변화
지역사회 함께하는 평화교육 전환
도교육청 강원평화교육원 개편
평화·생명·통일 교육과정 진행
평화교육 주제 타지역 학생 교류
도내 28개 학교 관련 동아리 운영
“사회 갈등 해결 역량 제고 중요
편견 넘어 소통하는 방법 배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학교 안팎으로 평화교육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전쟁 반대를 넘어 세계시민과 함께 연대하고, 억압과 차별에 반대하는 교육운동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평화교육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강릉 운양초 학생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강릉 운양초 학생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 지역 역사에서 국제 분쟁까지…평화를 말하는 학생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반대하며 3월 15일 운양초에서 전교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참여한 평화집회가 열렸다. 3월 3일 교사 한 명으로 시작된 평화집회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해지며 규모가 커졌다. 집회를 처음 시작한 김기수 교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에 학교 정문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관심 있는 학생 한두 명이 함께 하더니 점점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평화집회가 적정선에서 확산되지 않을 거라 계속하는 것보다는 크게 한 번 하고 끝내자’는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마지막 평화집회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행사로 기획했다. 전교생과 교직원이 들어야 하는 피켓 수만 96개. 학생들은 버려진 박스에 ‘No War’,

‘전쟁 멈춰’라고 쓰고, 물감을 칠하며 직접 피켓을 만들었다. 집회가 끝난 뒤 학생들이 만든 피켓은 학교 중앙현관에 보관됐다. 6학년 학생들은 SNS 연대와 기부금 마련 등을 통해 집회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와 함께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김기수 교사는 “전쟁으로 공포와 두려움을 배우기보다 평화와 연대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함께 하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기뻤고,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청양초는 지난해 5·6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노동당사 등 철원의 곳곳을 소개하는 영상을 직접 만들고, 학교 유튜브에 올렸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지역의 역사와 평화통일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동아리 활동으로 평화통일 관련 그림책 읽어주기, 필리핀과 국제교류 등을 진행했다. 올해에는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활용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청양초 교장 곽영일은 “평소 통일이나 평화라는 주제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평화통일에 대한 의식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체험장을 방문한 초등학생들이 ‘ptx통일열차’앞에서 평화통일을 외치고 있다.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체험장을 방문한 초등학생들이 ‘ptx통일열차’앞에서 평화통일을 외치고 있다.

■ 강원평화교육원 개원, 제진역 체험 등 만족도 높아

안보를 강조하던 통일교육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평화교육으로 자리매김했다.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담당 전승표 장학사는 “최근 몇 년 사이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던 통일교육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평화교육으로 바뀌었고, 평화 감수성을 높이는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도교육청은 지난 3월 강원학생통일교육수련원을 강원평화교육원으로 개편하고, 학생 대상으로 평화·생명·통일교육과정, 찾아가는 평화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 개장한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체험장’에는 지금까지 도내 134개 초·중·고 학생 1만여 명이 다녀갔으며, 타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도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 2021년 5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제진역을 방문한 학생 1189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매우 만족’과 ‘만족’이 97%일 정도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평화교육을 주제로 시·도교육청간 학생교류도 추진한다. 도내 중·고생 80명으로 구성된 평화학생교류단은 5월 부산과 제주를 방문해 지역 역사에 담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평화체험학습을 진행했다. 부산지역 학생들은 7월, 제주지역 학생들은 내년 초에 강원도를 찾는다. 내년에는 광주교육청, 인천교육청과도 학생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도내 초·중·고 28개 학교에 평화·통일교육 관련 동아리를 운영하고, 21개 학교에 평화·통일교육 현장체험학습을 지원한다. 지난 4월 26일 민병희 교육감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일 분단 도의 정체성을 반영해 강원도를 남북교류사업과 평화교육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북한 역무원 복장을 한 안내원으로부터 제진역 방문 스티커를 받고 있다.
학생들이 북한 역무원 복장을 한 안내원으로부터 제진역 방문 스티커를 받고 있다.

■ 전쟁 반대에서 차별 반대까지…외연 넓히는 평화교육

평화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인권교육, 세계시민교육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피스모모’ 문아영 대표는 “탈냉전 이후 평화교육은 문화적 다양성과 인권, 환경 등을 아우르며 그 의미와 내용을 확장하고 있다. 사회 갈등과 불평등 구조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는 점에서 평화교육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 2015년부터 OECD가 추진한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는 미래 핵심역량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꼽는다. 문 대표는 “편견을 넘어 안전하게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평화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쟁점에 대한 토론, 비폭력적 방법으로 분쟁 해결, 수평적 관계의 교실 등은 대표적인 평화교육 방법들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갈등, 차별, 혐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젠더 갈등은 정치권 이슈로 등장했고,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고 있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지만,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성남초 황경재 교사는 “학교에서도 혐오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혐오표현 속에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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