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민 수필가·평창군 재향경우회장
▲ 유상민 수필가·평창군 재향경우회장

비단같이 아름답다는 금당(錦塘) 계곡, 한강의 최상류로 얼마 남지 않은 무공해 지역이다. 오뉴월만 되면 계곡의 소(沼)는 낚시꾼들의 안식처가 된다. 심심찮게 모여드는 그들로 인해 적막했던 산골 계곡에 인기척이 들려온다. 말과 말의 성찬이 이어지고 트인 물꼬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자연 속에 취하다 보면 모두가 계곡의 일원이 되고 마는 것 같다. 한때 물 반, 고기 반이라는 금당계곡, 낚시만 던졌다 하면 덥석 물어주는 고기 덕에 느껴지는 짜릿한 손맛은 세상 물정마저 잊게 만든다. 소문이 각지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 우리 지역 대표 관광 명소가 됐다.

낚시를 하거나 족대로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는 재미로 단골이 되고 그런 손님들 덕분에 펜션이나 민박도 여름 한철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비롯한 메기, 피라미, 모래무지, 쉬리, 꺽지 그리고 오래전 방류했던 송어까지 오랫동안 우리 계곡의 주인들이었다.

그랬던 이곳이 2년 전부터 낚시꾼이 완전히 사라진 황망한 계곡으로 변하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검은새 가마우지의 습격 때문이다. 가미카제 특공대와도 같은 이 새는 물속 깊은 곳까지 쫓아가 고기를 잡아먹는다. 어족자원이 많기로 소문난 평창강에도 이들이 집단 서식하면서 고기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금당계곡 60리 곳곳에 고기가 제법 살만한 물이 모인 곳에는 가마우지들이 어김없이 포진하고 있다. 바위에 앉아서 지나가는 물고기를 보면 바로 쫓아가서 잡아먹는 일방적 포식자다. 어느 때는 수십마리가 전투기 마냥 V자 대형을 이뤄 계곡 위 아래를 날며 집중 포획한다. 오랫동안 청정계곡을 지켜준 토종 물고기를 싹쓸이 하는 것이다. 큰 고기들을 다 잡아먹으니 씨가 마를 수밖에. 이들의 서식지는 또 어떤 형상인가. 배설물로 나무와 식물이 모두 말라 죽는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상수도 수원지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낚시꾼들이 떠나고 그런 정서마저 사라졌으니 관광객마저 외면할 수밖에. 낚시 가게 주인들도 장사가 안된다며 울상이고 폐업을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한심한 건 관계 당국의 태도 아닌가 싶다. 1999년 269마리였던 가마우지 개체 수가 20년 만에 100배 가까이 늘었다는 환경부 국내 조류 동시 센서스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전국의 강이나 호수에서 어족자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많은 사람의 호소와 계속되는 보도에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가마우지의 번식이 국민의 먹고사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국내 계곡의 어족자원이 씨가 말라가는 데도 방치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국에 분포된 가마우지 숫자를 파악하고 피해 현황을 조사해 죽어가는 강과 계곡을 살려야 한다. 그래서 다시 살아 숨쉬는 계곡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낚시꾼마저 떠난 황망한 계곡을 살리는데 무슨 이유와 잣대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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