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6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 준비로 보이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5월 25일 폭파 전 풍계리 4번 갱도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6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 준비로 보이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5월 25일 폭파 전 풍계리 4번 갱도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2006년 10월 9일 오전 10시 35분, 북한은 풍계리에서 지하 핵 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첫 번째 핵실험이었다.

핵 실험 전에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과 중국 대사관에 핵실험을 통보했고, 중국은 즉시 한국과 미국, 일본 정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다음날 러시아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핵비확산조약(NPT)에 대한 커다란 타격이며, 북한은 사실상 9번째 핵보유국이 됐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제17대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임기 말에 이른 노무현 정부에 이어 집권 가능성이 높았던 한나라당은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 간의 치열한 경선전에 돌입해 있었다.

북한의 핵실험은 유력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후보에게는 악재가 됐고, 후발 주자였던 이명박 후보에게는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던 이명박 후보가 승기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17년 9월 3일 제6차 핵실험까지 북한의 핵 실험은 이후 다섯 차례나 이어졌다. 6차 핵실험은 핵기폭 기술력의 고도화가 달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이 스스로 강조한 ‘핵 무력 완성’이 종착점에 진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향후 본격적인 핵무기 실전화와 대량 생산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북한의 도발 강도와 위협 수준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반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엔 등 세계 각국의 제재를 감수해야 했다. 날로 어려워지는 북한 경제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 이후 경제제재 등의 위기를 타개할 필요가 있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북핵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유리한 재선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남북도 활발한 교류협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멈추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말았다.

▲ 한미는 지난 6일 전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응해 이날 새벽 4시 45분부터 약 10분간 연합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총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미는 지난 6일 전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응해 이날 새벽 4시 45분부터 약 10분간 연합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총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금년 들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는 다시 한반도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한국도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강경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지난 6일 한미 군 당국은 8발의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음날에는 전투기 20여 대를 동원하는 대규모 무력시위도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하면 바로 발사지점과 지휘부를 정밀 포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나아가 미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도 출동시키는 등 2017년 6차 핵실험 당시로 되돌아가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최근 주목되는 소식도 있다. 미국이 대북 친서를 전달했다는 것과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다. 미국의 대북 친서에는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이 외교적 접근 방식을 포기하고 군사옵션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메시지로 유추된다. 핵실험을 포기하라는 일종의 최후통첩이자 대화재개 의사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한다”고 했다. 기존의 강경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읽히지만,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로도 짐작된다.

▲박진 외교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진 외교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제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남은 이슈이자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다. 실제로 북한은 2018년 폐쇄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의 갱도 복구 작업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미 공히 강경한 대응기조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무리하게 핵실험을 단행할까. 핵실험을 감행한다는 것은 한층 강화된 유엔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은 중국과 러시아가 대 미국 강경노선에 따라 우군으로서의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3월 24일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원유 공급을 대폭 줄이겠다는 미국에 반기를 들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첨예하게 대치되어 있던 미·중 관계가 최근들어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적 비난을 받고 있는 러시아도 미국과의 또하나의 전선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 역시 전략적 고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는 것은 달라진 주변 정세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계속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북한은 대미, 남북관계에서 계속 주도권 유지하겠다는 저의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대치 강도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현 상황에 대한 보다 정확한 현실인식이 있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같지만, 정부에 따라 실현 방법에 대한 의견이 많이 엇갈리고 있는 현실에서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상황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또한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치밀하게 파악해 전쟁만은 피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나쁜 전쟁이라도 좋은 전쟁보다는 낫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 강원도민일보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최지 국민의 평화염원을 담은 평화의벽 건립운동을 비롯해 백두대간 민족평화 트레킹 대외, 동해북부선 연결 캠페인, DMZ평화포럼을 개최했다.
▲ 강원도민일보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최지 국민의 평화염원을 담은 평화의벽 건립운동을 비롯해 백두대간 민족평화 트레킹 대외, 동해북부선 연결 캠페인, DMZ평화포럼을 개최했다.

6월 어느 날,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땅 강원도에서 북한 핵실험 임박 소식을 접하는 현실은 착찹하기만 하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는 방귀라면, 그 결과는 핵실험으로 나타나고 이는 한반도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잦은 방귀가 아니라, 새벽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상징하는 짙은 어둠이라면 평화로운 한반도를 다시 꿈꿀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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