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국 개인전 서울서 27일까지
동백·자작 이어 신작 연작 공개
한지콜라주로 동서양 미감 담아
영국·이탈리아 등에서도 전시

▲ 조병국 작 ‘산중지가(山中之家) 2201’
▲ 조병국 작 ‘산중지가(山中之家) 2201’

국민화가 박수근 화백과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가 한 공간에서 만난 듯한 양구 출신 조병국 작가의 초대개인전이 서울 세종아트갤러리에서 지난 16일 개막,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앞서 색지 한지를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완성한 ‘자작나무’와 ‘동백’ 시리즈를 통해 코로나19 기간 위로를 전한 조 작가가 새 시리즈를 선보이는 전시다.

붓을 전혀 쓰지 않고 한지 콜라주로만 작업하는 조 작가는 최근 ‘한지 인상표현’과 ‘한지 추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모노크롬(단색화)’ 작품들로 별도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수행과 같은 작업방식을 이어가는 가운데 표현 대상과 소재가 늘 달라졌던만큼 다음 시리즈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 ‘산중지매(山中之梅) 2202’
▲ ‘산중지매(山中之梅) 2202’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은 ‘산중지가’ 시리즈다. 산 속에 폭 감싸안긴 듯한 단출한 집과 주위 풍경이 고즈넉하게 담겼다. 전국 각지를 다니며 눈에 담은 풍경을 한지콜라주로 만들어 온 작가는 횡성, 정선, 영월 등 강원 내륙의 풍경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캔버스에 펼쳤다. 지붕 위로 흐드러지게 핀 매화가 반기는 ‘산중지매’도 맥을 같이한다. 투박한 듯 정감가는 미감으로 가득하다. 작가와 고향이 같은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그의 시그니처인 기존 시리즈들도 함께 볼 수 있다. ‘동백’의 경우 마티에르(질감)를 더욱 돋보이게 작업한 작품들이 눈에 띄고, 계절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는 자작나무 숲 풍경도 다시 걸린다. ‘수련’ 시리즈는 한지 콜라주로 작업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서양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를 상기시킨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한지를 통해 서양미술의 매력까지 파고들며 만들어 내는 오묘한 조화가 인상깊다.

▲ 수련 2205
▲ 수련 2205

색지한지들이 층층으로 겹치면서 만들어지는 색과 질감은 빛의 양이나 바라보는 각도 등에 따라서 다시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 낸다. 은은한 빛깔이 두터운 질감 위로 스며나오는만큼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의 숨결을 한지 안에 녹이는 작업은 곧 작가의 수행과정이기도 하다. 관찰한 풍경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화 한 후 한지를 층층이 쌓는 과정을 통해 작품으로 전이시킨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국내외에서 주목받으며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G20 로마정상회담 기념전으로 이탈리아, 주영한국문화원 한지 공예전을 통해 영국에 소개되는 등 유럽으로 진출했다. 대형 브랜드 아파트에 공공미술 차원에서 여러 점 걸렸고, 시리즈 작품이 주는 효과과 미감을 눈여겨 본 미술 애호가들이 여러 점씩 한꺼번에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한지 안에 대상의 빛과 본질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자전적 에세이”이라며 “동양화의 대상과 여백에 대한 연구로부터 서구미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한지 고유의 정감 안에 담아내는 끊임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조 작가는 “모든 것은 바탕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한지 작업을 시작한다”며 “신작들은 요즘 잘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을 통해 쉼과 편안함을 드리고 싶어 완성한 작품들”이라고 했다.

춘천교대와 강원대 교육대학원, 홍익대 미술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춘천미술협회장을 지냈으며 춘천예총 수석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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