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바닷물 속에서는 눈을 뜨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경을 쓴다. 창(窓)을 통해 물속을 보는 것이다. 바닷물은 또한 차다. 체온 유지 때문에 오래 몸을 담글 수가 없다. 자맥질에 달인인 해녀들도 한번 작업에 1시간을 버티기 힘들다. 그렇다고 생업을 포기하거나 중단할 수는 없는 일. 어부들은 물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바닷속을 살피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어부는 바닥에 유리창이 달린 사각 나무통에 얼굴을 묻고 물속을 살핀다. 이따금 손에 든 긴 나무막대 갈고리(낫대)를 건져 올리는데 미역 등 해산물이 주렁주렁 달려 올라온다. 1평 남짓 비좁은 떼배(뗏목) 위에 흔들리는 몸을 싣고 엎드린 불안한 자세지만, 노련한 어부는 땅 짚고 헤엄치듯 수확물을 끄집어낸다.

예전 동해안에는 이런 방식으로 미역, 다시마를 채취하고, 문어와 성게 등을 잡는 어업이 성행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창경바리’라고 불렀다. ‘창경(窓鏡)’이라는 이름 그대로 유리창을 통해 수심 10m 이내 바닷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를 잡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전통 어법이다. 동해바다는 티없이 맑아 창을 통해 속을 훤히 보여주기에 더 성행할 수 있었다. 어업인들의 오랜 경험과 지혜가 낳은 자연친화적인 어법이다.

파도가 잔잔해지는 봄부터 가을까지가 제철이다. 전통적으로 해산물 채취는 해녀와 창경바리가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1960∼70년대에 가장 성행했던 창경바리는 어구, 어법이 발달하고 어촌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극소수 어업인들이 전통의 명맥을 잇고 있다.

강릉시가 창경바리를 도내 첫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은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어업자원을 보전·계승하고, 어촌 방문객 증대 및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해양수산부에서 공모해 지정하는 것으로, 국비 지원을 받게 된다. 이참에 창경바리나 후릿그물 등 전통어업을 어촌 체험관광 프로그램으로 활성화하는 노력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유리창 너머로 만나는 바닷속 세상, 궁금하고 흥미롭지 아니한가. 최동열 강릉본부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