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우 시조시인·수필가
▲ 이흥우 시조시인·수필가

시대변화에 따라 교육목표, 내용, 방법, 평가가 변하고 있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자가 자신도 사회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 소수의 사람으로 인해 좋은 문명을 누리고 살고 있기도 하다.

최근 교육에 관한 기사를 보며 강원도에 살고 있는 것이 불안해진다. 이러다가 몇 해 지나면 도내 공무원이나 회사원 중 힘 있는 자리에 강원도 인재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만 해도 강원인재를 중앙공무원이나 큰 회사에 많이 진출시키는데 고심하던 각계의 노력이 옛 추억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원도에서 평생을 교육에 종사하다가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비록 낡고 보잘 것 없는 방안이 될 수도 있겠으나 마침 강원교육 수장이 새로 선출되어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몇 가지 건의하고자 한다,

첫째는 시대상황의 문제이긴 하지만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디지털문화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단순 지식사냥에 집착하는 현실을 개선해서 깊고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기 바란다. 그 방법의 하나로 종이책 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 종이책 도서실, 도서관을 확충하고 책읽기를 권장해야 한다. 한글뿐 아니라 외국 원서 읽기도 함께한다.

둘째는 학생과 교사들이 배우고 익힌 학습결과를 문장으로 표현하여 발표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생각을 주장하는 논술, 관찰 실험 등 연구물과 문예물, 작곡, 그림 등 학습 관련 표현물을 발표할 수 있는 강원도 학생만의 지면을 창간하고 운영한다. 문장력 연마 기회를 주고 결과물에 따라 개인과 학교에 적절한 보상도 주는 것이다.

셋째는 합리적인 민족정체성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의 역사, 언어, 의식주 기본문화 등 장점들은 계발, 발전시키고, 외래인들이 점진적으로 우리 문화에 동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 장치를 제도적 교육기구가 맡아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는 학생 건강 증진이다. 체육활동도 중요하지만 운동장을 자연친화적으로 관리해서 스스로 뛰게 해줘야 한다. 개교 당시 운동장이 그대로 이어져 왔거나 유해한 인조잔디를 깔아놓은 운동장은 자연친화적이 아니다. 운동장에 신선한 흙을 봄가을로 넣어주자. 그러면 좋은 땅 기운을 받고 아이들이 잘 뛰어논다.

다섯째는 강원교원의 교수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교사의 안목과 질이 학생의 학습의 질을 좌우한다. 국·영·수 교사가 유명학원 강의를 듣게 해주고, 벽지교사가 국립극장 오페라를 감상하도록 하고, 천문대에서 밤새워 별을 관찰하도록 예산을 할애, 섭외를 해주는 일이다. 교사의 지식을 살아있는 지식으로 활성화해주어야 한다. 교사가 아집에서 벗어나게 해주자.

지역 교육수장의 일에 여럿 있겠으나 가장 큰 임무는 지역에서 자라나는 이들이 바르고 슬기롭게 배우고 익혀서 좋은 인재로 길러내는 일이다.

학교생활도 인생의 한 부분이므로 즐거워야 하겠지만 당장 편안한 생활은 학력향상에 오히려 부차적이다. 주객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실력 있고 즐거워야지 현재의 즐거움만 만끽하다가는 더 오래도록 살아가야 하는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이다. 부인할 수 없는 경쟁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담당자가 이뤄내야 할 필수 가치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에 탄탄한 실력을 갖추게 하는 일이다.

그밖의 문제들은 지방자치행정기관과 가정에서 나눠서 할 일들이 대부분이다. 교육자는 몇번을 다짐해도 학생들을 안전하게 교육해서 심신이 건강하고 실력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일이다.

좋은 인재를 많이 길러냈다고 도민의 칭송을 받으며 영광스럽게 퇴임하는 강원특별자치도 초대 교육감이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